368. 타인의 시선

by 장용범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은 나한테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은 희소식이다. 그런데 큰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게 연예인들의 열망이지만 정작 그것을 이루고 나면 타인의 관심 때문에 힘들어 하는 건 역설적이긴 하다. ‘~답다’라는 말을 쓸 때는 그에게 기대하는 일정 수준이 있다. 그 수준이란 건 사람들의 암묵적인 압력 같은 것이다. 학생답다, 군인답다 등의 말처럼 그것은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는 자기검열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거기에는 옷차림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휴가받은 군인들은 친구들과 놀러 나갈 때 대부분 사복으로 갈아 입는데 그 이유가 옷차림에서 느껴지는 타인의 압력적인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가 아무리 사복을 입었다 해도 휴가 나온 군인이란 걸 왠만큼 알아차린다. 하지만 그가 입은 옷이 사복이라면 술에 취해 다소 흐트러진 행동을 하더라도 크게 불편한 마음이 없다. 왜 그럴까? 같은 사람이 옷을 달리 입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그가 입은 옷을 보고 옷에 걸맞는 행동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답다’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대한 기대이다. 나이, 성별, 옷, 악세사리 등 사람을 겉모습으로 평가해선 안 되지만 우리는 드러난 겉모습으로 평가 받게 된다.


그럼 여기서 다시 ‘~답다’는 말을 생각해 보자. 이것은 개인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통념상 그렇다는 것이다. 만일 다른 사람들의 ‘~답다’라는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면 마음의 옷을 원하는 사복으로 바꿔 입어 보면 어떨까. 군대 시절, ‘동작 그만!’이라는 말이 떨어지면 하든 행동을 중단하고 얼음이 되어야 했다. 그러면 꼭 뭔가를 하고 싶어져 발가락이라도 꼼지락 거리며 마음의 출구를 찾았는데 우리의 본성은 자유를 추구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 사회라면 그야말로 혼돈의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왜 이리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끔 되어 있을까? 이는 인류의 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약한 신체구조의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동체 협업이 필요한데 누구 하나 튀는 상황이 벌어지면 공동체의 질서가 무너지기에 응징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내재화된 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식으로 진화되어 왔다고 한다. 이리보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 또한 자유를 추구하는 것 못지 않게 본능에 가까운 것 행위이다.


타인의 시선은 우리의 드러난 모습에 대한 ‘~답다’를 강요하는 압력이다. 그리고 사회가 변함에 따라 이 ‘~답다’에 대한 기준도 변하는 것 같다. 요즘 ‘스우파’나 ‘쇼 미더 머니’라는 프로를 보면 그 행색이 과거 10년 전에는 수용하기 힘든 모습들이 많다. 이제 우리 사회는 ‘~답다’라는 기준을 지켜가는 사람들과 거기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갈등이 점점 커져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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