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 온, 오프라인의 동행

by 장용범

새벽에 노량진 수산시장 경매장에 다녀왔다. 가격도 싸지만 살아있는 활력을 느끼고 싶어서다. 보통 새벽 5시까지 경매가 이어지는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새벽 수산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김장용 굴을 사고는 주변을 둘러보니 한쪽에선 시끄러운 경매가 진행 중이고 상자 단위로 팔고 있는 중도매인들과 수산물을 구매하러 온 사람들의 흥정으로 시장의 활력이 넘친다. 어릴 적 자란 곳이 시장통이라 그런지 나는 이런 시장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에너지가 빠지고 다소 침체되었다고 여겨지면 일부러 북적이는 재래시장을 찾아 에너지를 받곤 하는데 노량진 새벽 경매시장은 최근 발굴한 또 하나의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메타버스를 이야기한다. 이제 사람들은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이중생활을 하게 된다며 미래의 변화에 대비하라고 한다. 그럴 것 같다. 하지만 가상 세계는 현실 세계와 공존해야 의미가 있다. 고글을 쓰고 디지털화된 나의 모습으로 그 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실제의 자신은 현실에 몸 담고 살아야 괴리가 없다.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북목을 만들며 휴대폰을 보고 있다. 하루 중 휴대폰 보는 시간이 평균 104분이라고 한다. 이 시간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 상의 거래규모도 커질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그리 달라지지 않을 것들이 보인다. 시장에서 오감으로 느끼면서 직접 구매하던 것에서 온라인 영상을 통해 구매를 결정하면 배달되어 온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현실 세계에서 싱싱한 생선이 없는데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면 온라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할 요가 있다. 정토회 법륜스님의 온라인 활용방식이 돋보인다. 엊그제 스님께서는 온라인 즉문즉설의 운영 관련 말씀을 하셨는데 문득 온라인을 활용하는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만한 스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이것은 달라진 세계에 대한 통찰 같은 것이라서 정리해 본다.


첫째, “온라인 정토회에서는 국가의 구분이 더 이상 필요 없고 언어의 구분만 하면 됩니다.”

온 라인으로 접속하는데 미국이면 어떻고 호주면 어떨까. 그냥 접속하면 서로 만날 수 있다. 문제는 언어인데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야 한다. 아무리 온라인이라고 해도 미국인과 일본인, 중국인을 한데 섞어서 초대하면 진행이 안 되는 게 당연하다. 특히 외국인 대상 즉문즉설을 진행할 때는 동시통역을 두어 즉문즉설을 하는데 다언어로 통역하기는 무리수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모둠 구성은 연령대별, 시간대별로 할 것이지 지역별로 할 것이 아닙니다.”

이전 정토회에서는 서대문 법당, 대구 법당 식으로 지역별로 모둠을 두어 모임을 가지거나 법회에 참석하였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스님은 전국의 오프라인 법당들을 모두 없애버리는 큰 조치를 단행하셨다. 대신 쌍방 화상회의 시스템을 보강하여 당신께서는 시골에서 주로 농사를 짓다가 시간이 되면 옷을 갈아 입고는 카메라 앞에 앉아 즉문즉설이나 명상 수련을 이끌고 계신다. 이게 시사하는 바는 온라인 상에서 공간의 제약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령대는 나누어야 소통이 되고 시간대별로 나누어야 직장인이 참석하거나 주부들이 참석하는 등의 확장성을 가진다는 의미였다. 이것은 중요한 포인트이다. 내가 한국에서 아무리 열띤 온라인 활동을 하더라도 미국에선 잠자는 시간이라면 그들과 소통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 공간에 10대부터 60대까지 참여자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버리면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루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공간의 제약은 벗어나되 시간대, 연령대별 구분은 그래서 중요해 보인다.


개인적인 의견일 수도 있지만 온라인 모임은 오프라인 모임이 병행될 때 힘을 받는 것 같다. 지금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세계를 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세상은 우리에게 공간적 제약보다는 언어, 연령대, 시간대 등 대상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정말 강력한 도구들이 내 주위에 널려 있는데 개인들은 이것들로 무엇을 해야 할까? 그것은 콘텐츠가 아닐까 한다. 내가 상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전 세계로 전파할 수 있는 도구들이 주변에 널려있다. 지금은 그 어느 시대 보다도 개인이 강화되는 시대이다. 온라인, 가상공간, 블록체인 등 개인의 콘텐츠를 고유의 자산으로 등재하고 유통시키는 일은 분명 전망 있는 일이다. 여기에 한 번씩 실제 세계를 결합하는 식이면 안정된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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