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 Don’t Worry, Be Happy!

by 장용범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구나 코로나 이후 물가상승을 하루하루 실감하는 요즘 줌으로 가정경제 세미나를 들을 기회가 생겼다. 금융업종에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생소한 용어는 없었지만 나의 씀씀이를 돌아본 계기는 되었다. 무엇보다 소비를 할 때 ‘필요인지, 욕구인지’를 구분하라는 것이 인상적이다. 허리띠를 하나 사야 하는 것이 필요라면 명품을 고집하는 것은 욕구라고 해야겠다. 이렇듯 돈을 욕구에 따라 지르다 보면 늘 부족한 상태에서 껄떡거리게 된다. 그래서 부를 축적하는 방법으로 검소한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정주영 회장은 자신의 구두 밑창이 닳으면 계속 교체해 신었다는 말도 있는 걸 보면 돈을 다루는 그분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다.


얼마 전 종신보험의 보험료 납입기간을 다 채웠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 문자에 감회가 새로웠다. 1억짜리 종신보험을 장장 20년 동안 매월 불입한 것이다. 은퇴가 다가오면 보험료 불입이 하나씩 끝난다는데 이번이 두 번째 경험이다. 일단 어찌 됐건 상속자금 1억 원은 마련한 셈이다. 그러고 보니 종신보험료도 많이 오르긴 했다. 20년 전에는 10만 원 정도의 보험료였는데 지금은 거의 30만 원은 납입해야 동일한 보장을 받는 수준이다. 20년 전 그 보험을 가입할 때가 생각난다. 승진을 하고 지점에 갔는데 새로운 종신보험 상품이 나왔다고 했다. 실적에 대한 이슈도 있었지만 당시 내 나이는 30대 중반이고 아이들은 한창 귀여운 4살이었다. 외벌이인 나로서는 만일의 상황에 가족들의 경제적 안전망 하나는 필요하다고 여긴 게 가입 동기였다. 그게 벌써 20년 전이라니 놀랄만하다.


강사도 언급했지만 지금 개인을 둘러싼 사회, 경제적 여건이 그리 좋지는 않다. 고물가, 저금리, 고령화와 저출산은 개인들이 안정적 가정경제를 꾸리는 큰 벽으로 다가올 것이다. 무엇하나 좋은 여건들은 안 보인다. 그럼에도 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매년 희망적인 전망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대내외 여건들이 좋지 못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힘들 거라고 했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내가 보기엔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20년 전인 1997년의 짜장면이 2,500원인데 2021년 5,000원 수준이다. 시내버스 요금은 400원에서 지금은 1,400원인데 이 정도 수준이면 과연 물가가 오른 건가 싶다. 금리는 내가 입사 당시 12.5%라는 예적금 금리가 1%대로 떨어졌으니 많이 내리긴 했지만 그만큼 돈이 많이 풀리고 경제규모가 커졌다는 요인도 있다. 삶의 질이 달라진 것이다. 적어도 20년 전엔 일반인들이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고 길거리의 고급 외제차가 이처럼 흔하지는 않았었다. 미래에 대해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돌아보면 매년 힘들다고 전망해도 그럭저럭 살아온 삶이었고 더 잘 살게 된 대한민국이다. 그렇다고 물가가 지금보다 훨씬 저렴했던 30-40년 전의 삶으로 돌아가겠냐고 묻는다면 단연 ‘NO!’라고 할 것이다.


옛날에 부잣집에서 며느리감을 고르기 위해 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쌀 한 되로 한 달을 지내게 하는 시험이었다. 대부분의 처자들이 주어진 쌀을 아껴 먹으며 버텼지만 견디지 못하고 중도 탈락을 했다. 그런데 한 처자는 그 쌀로 넉넉하게 밥을 지어먹고는 동네 바느질이나 음식 만드는 등의 일감을 처리하고는 대가로 쌀을 받아 시험을 거뜬히 통과했다고 한다. 상황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과거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현재의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는 전제로 미리 걱정을 한다. 걸어갈 길이 가시밭 돌길이면 길을 평평하게 만들어 가는 법도 있지만 내가 튼튼한 군화를 신고 걸어가는 법도 있다. 사실 그게 더 현실적이다. 문제는 나의 현실 적응력이고 방향을 정한 뒤엔 지속성이라고 본다. “너라고 못 살 게 뭐냐. 남들도 다 사는데.” 본사 근무를 지원하고 낯선 서울살이를 걱정하던 아들에게 내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인생은..

‘Don’t Worry, Be Happy!’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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