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LA 공연을 소개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는 감동스러웠다. 수 만 명이 운집해 있는 LA 소파이 스타디움의 보랏빛 물결들을 보며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전 세계 BTS 팬들이 비행기를 타고 그 공연을 보러 왔고 호텔이 동이 나고 길거리에는 팬들로 넘쳐나는 기현상을 보면서 이게 정말인가 싶어 적응이 안 되고 있다. 전 세계 미디어들이 출동해 BTS의 공연을 촬영하는 모습을 보며 하늘에 계신 백범 김구 선생에게 지금 저 모습을 보고 계시냐고 묻고 싶어졌다. 김구 선생은 저서 ‘나의 소원’에 이렇게 적어 두셨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_백범 김구의 <나의 소원>
최근 2년 이래 한국 문화의 힘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문화는 소프트 파워라고 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 모든 현상이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인다. 한국 문화의 힘이 이 정도인가 싶어 새삼 자부심도 느껴진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정말이지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제일 주된 이유는 콘텐츠의 전달 방식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BTS의 춤과 노래실력이 제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과거처럼 방송, 제작사 등의 기존 콘텐츠 권력 망을 통해 한 발씩 올라갔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콘텐츠 공급은 굳이 기존 방송 권력을 등에 엎지 않더라도 누구나 개인 매체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시킬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팬덤 형성이다. BTS에게는 ‘아미’라는 팬덤이 형성되어 있고 그들을 통해 강력한 동질성이 확보되어 있다. BTS라는 그룹을 중심에 두고 그들끼리 소통하고 그들끼리 만남을 통해 더욱 강력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누가 돈을 줘서 하는 것도 아닌 자발적인 참여이다. 그래서 더 에너지가 큰 것 같다.
마지막으로 콘텐츠와 그것을 표현하는 이의 차별성 같다. 나는 BTS의 노래라는 정도만 알지 따라 부르거나 춤을 추지는 못한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다른 것 같다. 세상에는 수많은 가수들이 있지만 왜 하필. BTS에 열광하는가? 이전의 월드 스타들에 비해 BTS의 차별성은 어디서 나타나는가? 일단 아시아계 동양인이다. 그리고 굳이 발음도 안 되는 영어로 노래하지 않고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는 모국어로 노래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개인 성향이 강한 서양 스타들과는 달리 팀을 이루어 노래하고 팀원 간 절제하고 보완하는 팀웤을 이루고 있다. 이것은 동양적 행동양식이라 여겨지는데 그동안 개인주의 성향의 서양적 사고방식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노래와 춤의 차별성은 트로트를 좋아하는 아저씨의 사고에서 모르는 분야기에 판단을 보류한다.
그렇다면 이런 BTS 현상이 나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아무리 BTS가 잘 나간다 해도 나와의 연결고리를 하나 못 찾는다면 의미는 반감되기 때문이다.
첫째,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텍스트가 되었건 노래나 춤이 되었건 자신의 색을 입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어야겠다. 앞으로 콘텐츠는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소프트 파워로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제는 애매함도 콘텐츠가 되는 시대이다. 항상 콘텐츠의 소비자로 남을 게 아니라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는 티켓을 하나 얻을 것 같다.
둘째, 콘텐츠 공유를 통해 동아리를 만든다.
콘텐츠를 생산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 지금의 시대는 개인이 드러나는 시대이다. 먹는 것 하나 잘 먹어도 콘텐츠가 되고 자는 모습도 콘텐츠로 만들어 공유하는 시대이다. 만들어진 콘텐츠를 공유하는 가운데 공간을 뛰어넘는 동아리가 생기고 내 콘텐츠에 대한 팬덤이 형성될 여지도 생긴다.
셋째, 개인 미디어 활용으로 공간 제약을 넘어선다.
유튜브나 SNS 기반의 플랫폼 발달로 이 시대는 공간의 제약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기타를 잘 치는 한 소년의 영상이 순식간에 전 세계에 퍼지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새로운 ICT 디바이스를 적극 활용해 개인의 콘텐츠를 업로드할 필요가 있다.
넷째, 길게 보고 천천히 가야 한다.
처음부터 콘텐츠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같이 나누고 즐기는 가운데 함께 성장한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카카오의 성공 비결은 전 국민이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일단 모여들게 할 것 그리고 비즈니스는 그다음에 고민할 것. 그래서 개인이 콘텐츠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꾸준함에 따른 실력 향상과 시간이 좀 필요할지도 모른다. 콘텐츠로 성장하려는 이는 길게 보고 천천히 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IP(Intllectual Property)가 자산이 되는 시대가 온다. 지적 재산권으로 번역하기에는 조금 다른 확장된 의미가 있다. 기술, 학문적 성과, 음악 등에 대한 저작권만 지적 재산권이 아니다. 내가 생산한 콘텐츠가 바로 IP이다. 먹는 모습을 찍은 것도, 캘리 그래피 만든 것도 그냥 나의 IP이다. 미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자와 소비하는 자로 나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