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사의 전시행사인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SEOUL PUBLISHERS’ TABLE)’을 다녀왔다. 지난번 결성한 메타버스 상의 인물화 전시를 위한 ‘해봄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이미 메타버스 상에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는 작가분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코로나가 엄중한 시기에 대형 전시회를 찾아간다는 게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작가분이 바쁜 것 같아 그분의 일정에 팀원들이 맞추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당초의 목적은 반 정도만 달성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메타버스 상에 전시기획을 하는 업체가 작가 발굴 과정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했다. 일부러 찾아 주었는데 도움이 안 되어 미안하다 하셨지만 메타버스 상의 전시기획에 관한 몇 가지 시사점은 얻을 수 있었다. 가상공간에서 전시할 때는 작가의 인스타그램과 연결시켜 작품이나 굿즈 등의 판매를 병행할 수 있다는 것과 이미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여 메타버스 상에 전시기획을 진행하는 업체가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본래 목적 외에 여러 독립출판사의 책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는데 풋풋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녹아 있었다. 그런데 난 역시 기성세대인가 보다. 함께 간 두 분은 책의 내용이나 디자인에 감탄을 하고 있었지만 나의 질문은 몇 부나 찍었느냐, 출판 비용은 얼마이고 판매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느냐 등 지극히 비즈니스적인 관점의 질문들만 쏟아 내었다. 솔직히 궁금했다. 독립출판사는 보통 1인 출판이거나 영세규모일 텐데 요즘같이 책을 잘 안 읽는 세태에서 제대로 수익이 날까 싶어서다. 그들도 이상했을 것이다. 참가자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 층이었는데 웬 낯선 아저씨가 자신들이 만든 책은 안 보고 온갖 민감한 질문들만 던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의 느낌이겠지만 그 전시장의 분위기는 어쩐지 맑고 순수한 열정이 가득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30대의 청년들이 자신들이 낸 아이디어로 글을 쓰고 그림도 그려 책을 매개로 세상에 드러내는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동화작가는 0.3미리 샤프펜으로 그림을 그려 책으로 엮은 것도 보았는데 나의 오지랖은 그 그림 그리는데 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냐고 묻고 있었다.
전시회를 보고서 근처 카페에 앉아 ‘해봄 프로젝트’ 팀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년 1월 전시를 목표로 하고는 있지만 아는 게 거의 없는 바닥 수준에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재미나다. 세 사람의 성향도 제각각인데 J님은 어떤 사안에 대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 냈다가 금방 현타 모드로 전환되어 실질적인 제약조건들을 나열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래서 내가 자동차의 액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것 같다고 했더니 웃으신다. 그리고 매일 한 점의 인물화를 그리고 있는 작가 H님은 이 프로젝트로 본인의 인물화 전시회를 위해 뭔가가 진행되고 있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대중에게 설득력 있는 좋은 작품들을 이미 가지고 있는데 밖으로 드러내는 데 소극적인 성향 같았다. 반면에 나는 실행에 있어서는 좀 단순한 편이다. 어떤 일이 끌리고 재미있어 보이면 일단 그 일이 안 되었을 때 내가 잃을 것이 무엇인지 따져본다. 그리고 그 수준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이면 일단 시작해 보는 편이라 다소 번잡하긴 하지만 이것저것 얻어걸리는 것도 많은 편이다. 이런 조합들이 어우러져 전시회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해봄 프로젝트’를 결성한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메타버스 세계에 대해 하나씩 배워 가는 즐거움도 있다. 어제의 경우도 시중에 나와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꽤 여러 개 있고 이미 그 속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고 있는 전시기획사가 있다는 사실, 전시와 굿즈 판매를 결합시켜 상업적 확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 가능하다는 등의 한 수를 배운 셈이다. 더구나 독립출판 비즈니스의 매력도 알게 된 하루였으니 나름 알찼던 시간이었다. 역시 세상이 학교라면 우리에게는 호기심의 한계가 배움의 한계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