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문제의 정의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내가 처한 상태를 정확하게 직시하는 게 출발점이다. 비록 그게 아무리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라 하더라고 그렇다. 금융회사에 다니다 보니 자주 따라붙는 두 가지 요청이 있다. 모임의 회계를 담당해 달라는 것과 돈을 불리려면 어디에 투자하는 게 좋을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물론 기본적으로 돈에다 꼬리표를 붙이는 계정과목이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가 낯설지는 않고 금리나 환율, 각종 통화정책의 영향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큰돈을 벌었던 경험은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내가 지난 30년 가까이 금융회사에 근무했다는 게 무색할 지경이다. 나만 그런가 봤더니 주변의 동료들이 대부분 그렇다. 그런데 돈을 대하는 태도가 세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다. 지금의 이삼십 대는 아주 적극적으로 돈을 벌고자 한다. 주식은 기본이고 가상화폐 등 새로운 투자 자산에 대한 관심도 높다. 반면 중년들은 상대적으로 투자보다는 크든 작든 지금껏 축적한 것을 지키는데 관심이 가는 것 같다.
돈을 문제로 삼고 생각해 보자. 돈이 문제인 것은 내가 원하는 것보다 부족하다 느끼기 때문이다. 얼마나 부족한가 물어보면 명확하게 답은 못하지만 그냥 많을수록 좋다고들 한다. 그러면 돈을 벌어야 할 텐데 돈을 버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그런데 그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게 재미나다. 우리나라 세법에는 소득세를 부과하는데 그 대상이 사업소득, 근로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양도소득, 연금소득, 퇴직소득, 기타소득, 금융투자소득(‘23년 시행)이다. 이것 외에도 상속과 증여로 소득이 생기기도 하지만 예외적인 상황이다. 결국 돈을 벌려고 하면 위의 활동들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왕이면 내가 힘을 덜 들이고 좀 수월하게 벌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렇다면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을 빼고 고민하면 된다. 결국 소득의 방향은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에서 자산을 축적해 다른 소득으로 가는 게 흐름인 셈이다. 아무튼 금융소득(이자, 배당)이나 퇴직소득, 양도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은 참 매력적인 소득들이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부자 이야기가 실려 있는 <화식열전>이 있다. 여기에는 자신이 처한 조건에 따라 돈을 버는 방법 세 가지를 제시한다. 제일 먼저 드는 게 ‘가진 게 없으면 몸으로 때워라’고 하는 무재작력(無財作力)이다. 만약 사마천이 영끌이다 뭐다해서 가진 것도 없이 주식과 코인, 부동산에 투자하는 지금의 세태를 본다면 이건 아닌데 할 것 같다. 그다음 단계가 소유투지(少有鬪智)로 돈이 조금 모였으면 머리를 써라는 것이다. 투자에 대해서는 이 단계부터 고민할 사안이다. 아마 직장생활을 어느 정도 하고 은퇴시점이 되었다면 무재작력(無財作力)수준은 아닐 것 같고 소유투지(少有鬪智) 정도는 될 것 같다. 마지막이 기요쟁시(旣饒爭時)라 하여 이미 부자가 된 사람은 때를 이용하라는 것인데 이건 큰 부자를 일컫는 말이려니 싶다. 돈을 버는 것도 자신이 처한 현실을 파악하고 거기서 출발하라는 말로 받아들여진다.
금융회사에 다니지만 나의 주된 경력은 영업관리였다. 그야말로 무재작력(無財作力) 수준의 사람들이 많았다. 영업하는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를 자주 입는다. 고객의 거절에 상처를 입고 안정되지 못한 소득에 불안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다른 업무 분야와는 달리 회사에서 가장 사업가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기도 하다. 정해진 날에 월급이 통장에 꼽히는 월급쟁이들에 비해 매월 1일이 두려운 사람들이다. 이번 달에는 어떻게 활동해서 한 달의 소득을 확보할지 늘 고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랜 영업관리자 생활을 해보니 영업만큼 독립적이고 자생력이 강한 업무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총무나 기획, 인사, 회계 등 여러 분야가 회사 내 있지만 그들 업무는 회사라는 틀 안에서나 할 수 있는 일들이다. 하지만 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시장에서 깨지고 극복하며 단련된 사람들이다. 그 말은 이곳 아니어도 갈 곳이 많다는 것이고 그만큼 개인 자생력을 갖춘 사람이란 뜻이다. 그런 사람들을 월급쟁이인 내가 관리한다는 게 어불성설이긴 했지만 지난 직장생활을 통해 영업활동을 익숙하고 재미있게 여기게 된 것으로도 큰 소득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