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인사철이다. 이제부터 승진과 이동으로 다음 달까지 어수선한 분위기가 될 것 같다. 이동을 원하는 직원들의 개인면담을 진행하다 보면 늘 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가능하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고 싶지만 그래서는 일의 진행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내 뜻을 강요해야 할 때도 있다. 함께 일하고 싶다는 다른 부서 직원들은 별도의 식사 자리라도 만든다. 때로는 따르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인사부서의 눈에 비치는 일부 직원들과 무리 지어 다닌다는 인상이 썩 좋지만은 않아서다. 더구나 1년 남은 나로서는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도 않다. 오는 것은 감사하지만 어떤 게 본인에게 유리할지 잘 생각하라고 타이르는 편이다. 이 부서를 맡은 지 1년 남짓이지만 이전에 비해 직원들의 숫자나 업무량이 다소 늘어난 면도 있다. 최근에는 경영진 직접 보고의 기회도 많아져 부서 위상은 올라갔지만 업무의 성격이 치고 나가는 추진 부서가 아니라 통제와 절제라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부서의 불만을 받기도 한다. 아무래도 열심보다는 균형감각이 더 필요한 일이다.
“내년에는 아무개를 부서에서 내보내는 게 어떠세요?” 참 곤혹스러운 말이다. 그런 말이 나오기까지 그 직원이 원인 제공을 한 면도 있겠지만 보통의 경우 직원의 평판은 다른 부서에도 흘러갔을 경우가 많아 보내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가장 좋은 인사는 물 흐르듯이 하는 인사이다. 본인이 원치도 않는데 굳이 보내려다 못 보내는 일이 벌어지면 큰 부담을 안고 새해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경험상 직원의 인사는 몇 가지 원칙을 정해 지키려고 한다. 그중 가장 큰 것이 ‘본인이 원치 않는 인사는 가급적 하지 않는다’이고, 두 번째 원칙은 아무리 본인이 원한다 해도 그 일에 대안이 없다 싶으면 인사권자의 권한을 발동한다. 보통 이 경우엔 떠나려는 자를 못 떠나게 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비록 최선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직원의 중요성을 상사가 인정한다는 메시지는 줄 수 있어 당사자의 거부감은 좀 덜한 편이다.
해마다 인사철이 되면 직원들의 술렁거림이 느껴지지만 수년 전부터 정기 인사에 좀 초월한 면도 있다. 이제 더 이상 승진도 없을 것이고 이동 발령으로 누가 오든 맞추어 일하면 된다는 마음을 내어 그런 것 같다. 상황을 내가 고정하지 않고 다가오는 상황에 내가 적응하면 된다 여기니 그리 편할 수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것이 자기 권한 밖의 일을 두고 고민하고 스트레스받는 일인 것 같다. 그것은 그냥 그들의 일이다. 그들의 일은 그들이 하게 내버려 두고 나는 나의 일을 한다는 마음이면 된다. 그런데 이게 참 합리적이고 편한 마음가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