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1. 문제와 문제 해결(1)

by 장용범

오늘부터 3회에 걸쳐 문제를 정의하는 법과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정리를 하고자 한다. 세상에는 해결을 기다리는 많은 문제들이 있고 다양한 해결방법들이 있지만 어떤 이는 문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오뚝이처럼 문제를 잘 극복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직장생활 중에 정말 운 좋게도 회사가 진행한 다양한 컨설팅에 회사 측 실무자로 참여하였고 여러 컨설턴트들과 일한 경험이 있는데 그들을 통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솔루션을 체계적으로 이끌어 내는 방법들에 대해 배울 수가 있었다. 이 글은 그런 경험들을 좀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차원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이제는 좀 오래된 이야기다. 김대중 정권 시절 남북교류는 활성화되었고 고향이 북한인 현대의 정주영 회장은 금강산 관광을 비롯 남북 경제협력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정 회장에게 금강산 관광을 위한 시설들이 몰려있는 북한의 온정리에 실내 체육관을 하나 지어달라고 했나 보다. 북한은 서커스 공연을 잘하니 남한의 관광객들에게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는 취지였다. 정 회장은 그러마고 했고 공사는 잘 진행되었는데 겨울의 어느 날, 정 회장에게 보고가 올라왔다. “회장님, 아무래도 겨울철 공사를 중단하고 내년 봄에 다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금강산의 기온이 영하 20도 가까이 내려가 도저히 레미콘을 돌릴 수가 없습니다. 전 세계 어디를 봐도 이런 날씨에 공사를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레미콘은 물과 자갈, 모래, 시멘트를 섞어 콘크리트 반죽을 하는 차량이다. 영하 20도의 지역에서 물이 어는 것은 당연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이 보고에 대해 정 회장은 딱 한 마디를 했다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겨울철 공사가 별 탈 없이 진행되었다는데 그 한 마디는 바로 “큰 비닐하우스를 지어라”였다. 밖의 온도는 영하 20도 가까이 내려갔지만 비닐하우스 안에는 레미콘은 당연하고 더워서 웃통을 벗고 일을 할 정도였다.


이 사례에서 문제는 무엇일까? 현장의 직원들은 레미콘을 못 돌려 공사를 못하는 게 문제라고 했을 테지만, 정 회장은 그것은 결과이고 문제는 레미콘이 아니라 추위라고 정의한 것 같다. 그리고 추위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내년 봄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있지만 비닐하우스를 짓는 것도 방법인 것이다. 여기서 ‘문제란 무엇인가?’를 정의해보자. 컨설턴트들은 문제를 ‘As Is와 To Be의 차이’라고 한다. 위의 사레에서 As Is(현재 상태)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인 것이고 To Be(바람직한 상태)는 따뜻함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문제는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결 방법이 정말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면 문제 해결에 제대로 접근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문제’와 ‘문제점’은 약간 다른 면이 있는데 문제가 ‘As Is와 To Be의 차이’라면 문제점은 ‘그 문제를 일으킨 원인’이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라.’ 이것이 문제 해결의 첫 단추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점’은 그 종류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제약조건’이고 다른 하나는 ‘제한조건’이다. 역시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길동이는 어느 날 동창회를 갔다. 늦게까지 동창들과 어울려 술이 좀 된 상태이다. 그런데도 동창회를 마칠 즈음 굳이 자신이 직접 차를 몰겠다며 음주상태에서 운전을 하며 집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길동은 조심히 운전을 한다고는 했지만 눈앞에 도로가 패인 물웅덩이가 나타나자 급히 핸들을 꺾었는데 하필이면 길가의 가로수를 들이받아 지금은 병원에 실려와 있는 상태이다.


자, 여기서 문제는 무엇일까? As Is를 생각해 보자. ‘병원에 있는 상태’이다. 그러면 To Be는 무엇이었을까? ‘집에 있는 상태’ 일 것이다. 비록 음주운전을 했더라도 차를 몰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더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이제 ‘문제점’을 파악해 보자. ‘문제점’은 문제를 일으킨 원인이라고 했다. 이런 문제점을 나열할 수가 있겠다.

- 길동이의 음주운전

- 음주운전을 말리지 않았던 다른 동창생들

- 도중에 갑자기 내린 폭우

- 도로의 파인 물웅덩이 등등

이처럼 다양한 문제점들 가운데 해결이 가능한 것이 ‘제한조건’이다. 여기서는 길동의 음주운전, 말리지 않은 동창들, 도로에 파인 물웅덩이 등이다. 앞으로 음주운전을 안 하면 될 것이고, 만약 길동이 또 음주운전을 할라치면 동창들이 차키를 뺏아 말리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도로의 웅덩이는 그냥 메우면 해결된다. 하지만 갑자기 내린 폭우는 어쩔 수가 없다. 이것은 ‘제약조건’이다. 우리는 문제의 원인들을 ‘제한조건’과 ‘제약조건’으로 분류하는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에 보다 합리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기억하자. 문제는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해결방법이 전혀 달라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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