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 누가 올지 모르겠지만

by 장용범

8조 달러를 가지고 있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만인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에게도 없는 게 있었으니 건강이었다. 췌장암으로 56세에 사망한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다. 권력이면 모든 게 다 될 줄 알았다. 한 국가의 최고 권력자로 18년 5개월간 집권을 했다. 하지만 아내는 암살당했고 자신도 총애하던 부하의 총탄에 쓰러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야기다. 이처럼 인간이 지닌 하늘의 운명은 모든 것을 다 가진 경우는 없다. 하나를 가졌으면 다른 하나는 없는 것이 팔자소관이다. 그러니 자신의 운명을 탓할 것은 아니다. 지금 나에게 없는 것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가진 것을 어떻게 활용할까를 궁리하는 것이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승진과 이동 시기가 되다 보니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만큼 인사에 관심 없기도 처음이다. 누가 오든 남은 일 년간 마음 맞춰 일하면 된다는 생각을 내니 마음도 편하다. 어느 정도였냐하면 승진 인사를 왔다기에 축하의 말을 건넸는데 알고 보니 우리 부서에 발령 난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될 정도였다. 업무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일들은 올해 마무리 지은 상태라 내년에는 속도 조절만 하면 될 것 같다. 이 직장에서의 내 역할은 여기 까지려니 싶다. 사람의 일 중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것이 있다. 그럴 땐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다른 것에 눈을 돌려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긴다. 눈앞에서 떠나간 버스 꽁무니를 하염없이 보기보다는 다음에 올 버스를 기다리는 게 현명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생명이 있는 것과 생명 없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차이점이 있다면 생명체는 생명활동을 하지만 물체는 물리법칙의 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생명활동의 기본은 순환이다. 들어왔으면 나가야 하고, 나갔으면 다시 들어와야 한다. 이게 막히면 통증이 오는 법이다. 조직은 생명과 같다는 말들을 한다. 인사철에 조직의 생명활동을 떠 올리는 이유는 나가는 사람이 있으니 들어오는 사람이 있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니 나가는 사람이 있는 게 닮아 보여서다. 그런데 인사는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인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이 부서가 어떤 사람들로 꾸려질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과 조화롭게 또 한 해를 보내는 것일 테다. 그 인연들도 나의 운명이라 여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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