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 많은 책들이 있다. 매일 책이 쏟아지기도 하지만 그 많은 책들을 본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정보의 바다라는 말은 이제 식상한 표현이지만 세상의 정보는 이제 텍스트에서 사진으로 그리고 영상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전화선으로 인터넷을 연결하던 시절 사진 한 장을 보기 위해 감질나게 기다려야 했던 경험을 가진 나는 손바닥 위에서 휙휙 돌아가는 유튜브의 영상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책을 안 읽는다고 하지만 그건 종이책의 영역이고 전달 매체만 달라졌을 뿐 사람들은 더 많은 책들을 읽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적 감성인 나는 종이책으로의 끌림은 어쩔 수 없다.
책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 22년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책이 있나 보다. “어디서 어떻게 책 만들기”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가 진행하는 북 콘서트에 참여하기 위해 줌으로 접속했다. 원래는 동대문 DDP에서 개최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상황이 엄중해 줌으로 전환된 행사였다. 퇴근 후 피곤함을 생각하면 잘 된 일이었다. 책을 만드는 과정이 궁금해 신청했던 세미나였는데 참여하고 보니 출판 관계자들을 위한 다소 전문적인 세미나였다. 도중에 나가버릴까 하다 저자의 책을 만드는 일에 대한 열정이 느껴져 끝까지 듣게 되었다. “기록하지 않으면 모두 사라진다”는 그의 말에 지난 900일 동안 지속한 글쓰기의 의미를 재조명해 보았다. 그간 책을 접하면서도 생소했던 용어들이 설명되어 이번 세미나를 통해 새로이 알게 되었다. 대강 내가 관심있는 단행본의 위주로 정리해 둔다.
평량이란 가로 세로 1미터 종이의 무게인데 단행본은 보통 80그램을 사용한다. 책을 펼쳤을 때 뻣뻣한 느낌이 들며 구겨지는 이유는 종이결의 문제다. 종이 종류로 요즘 대세는 중질지나 백상지 가운데 미색모조나 백모조도 많이 사용한다. 아트지는 백상지에 코팅을 하여 광을 낸 것으로 팜플렛 등에 사용하지만 이 중 스노우화이트지는 광이 나지 않는다. DTP는 컴퓨터를 활용한 출판물을 제작하는 시스템인데 모니터에서 밝을수록 인쇄물이 어두운 이유는 모니터는 빛을 다루는 RGB방식이고 인쇄물은 잉크를 다루는 CMYK방식이라 그렇다. 빛을 다 모으면 하얀색이 되지만 물감을 다 섞으면 검은색이 되는 이치인가 보다. 그 외 평판 인쇄, 양장, 반양장, 무선철 등 책과 관련해 들어는 봤지만 뭔지 몰랐던 용어들의 의미가 정리되었다.
지난 번 독립출판 행사장에서 작가 겸 1인 출판사 대표들을 여럿 만나고 보니 개인이 출판사를 만들고 책을 만드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어제 그 강사도 강의를 마칠 즈음 책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만들어야 한다고 마무리 지었는데 기록하지 않은 삶은 사라진다는 취지였지 싶다. 글이 모이면 책을 내고 싶은 욕심이 생겨난다. 그런데 만들어진 책만 봤지 그 제작 과정은 몰랐는데 나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