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 가지에 앉은 새 한 마리

by 장용범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다.”류시화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중에 나오는 글이다. 이 글을 보는 순간 직장과 나의 관계를 떠올려 보았다. 내가 앉은 직장이라는 가지가 부러지더라도 힘찬 날개짓으로 오를 수 있는 날개가 있다면 뭐가 두려울까 싶어서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요즘 그런 날개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1인 기업 살롱’의 정기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퇴근 후 접속한 줌에는 방장이신 홍 대표가 반겨 주었다. 유유상종이란 말은 어디서나 통하는지 그 방에 모인 분들은 각자 자기만의 무기로 1인 기업을 운영하고 계신 분들이다. 홍 대표로 부터 미리 언질 받은대로 900일 동안 글쓰기를 이어 갈 수 있었던 동력에 대해 간단한 사례 발표를 했다. 새삼 놀랐던 것은 그곳에는 이미 1,700일 동안 아침 달리기를 실천하고 있는 분도 있어 세상에는 역시 고수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홍 대표가 나의 호칭이 애매했는지 직장에서의 직위를 물었다. 그곳에 나온 분들은 모두 1인 기업 대표들인데 나만 현직이어서 그랬나 보다. 그래서 나도 대표라 불러 달라고 했다. 어제 그 자리는 내가 회사일로 참석한 것이 아니어서다. 작년에 회사 명함과는 별도로 개인 명함을 인쇄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남에게 건네기는 쑥스러워 혼자 간직하고 있다가 지난 달 한-러 문화 포럼에서 러시아 정책관에게 건넨 후로 개인 명함 건네기도 자연스러워 졌다. 그런데 이 효과가 상당하다. 내가 다니는 회사와 분리된 나만의 정체성을 가지게 한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는 이를 두고 인디펜던트 워커라고 하나보다.


모임 마지막에 각자 돌아가며 올해의 좋았던 점과 내년에 하고 싶은 일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올해의 좋았던 점은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이리고 했다. 요즘 내가 느끼는 솔직한 심정이다. 서울 단장직에서 물러난 작년 7월 1일 이후 당면했던 여건들이 녹녹치는 않았지만 잘 헤쳐왔고 100점 만점에 80-90점은 된 것 같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이 최근 정기인사를 보는 내 마음이다. 후배나 동기들의 승진과 이동을 보는 것이 힘들 법도 한데 나의 길이 아니다는 마음이 들면서 평온한 상태다. 아니 인사 자체에 관심이 없어졌다. 작년 7월 1일은 나에게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생각도 있는데 회사와 분리된 나의 정체성을 찾는 출발점이 되어서다. 이 모든 것이 지금 잘 살고 있어서 가질 수 있는 마음이다. 지금 잘 살고 있다면 과거도 좋고 미래도 좋을 것이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고 미래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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