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성공의 정의가 다르다. 대부분은 돈을 많이 벌거나 높은 직위나 명성을 얻는 것을 성공의 척도로 삼는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에서 어느 한 구절을 읽다가 책을 잠시 덮었다. 성공하면 생각나는 일반적인 사람들 말고 자신의 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뭔가 가치 있는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생각난다면 성공에 대한 좀 더 근원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으니 문득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무엇인지 정리해 두고 싶어졌다. 남들이 성공이라고 정의하는 그 길을 나도 따라갔는데 마지막에 ‘이것이 아니었나 봐’라고 한다면 얼마나 허무할 것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의 성공 기준은 한 마디로 ‘안정된 자유인’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첫째,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나의 인생 전부를 화폐 증식에만 쏟아붓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의식주에 연결된 생활의 안정을 유지하고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이나 지인들과의 친밀한 만남이 돈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서는 안 되겠다. 그 정도의 소득 수준은 필요하다.
둘째, 앎에 대한 충족에 끌린다. 학창 시절 탁월한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배우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어른의 공부라고 할 자발적인 공부에 끌렸다고 할 것이다. 그것으로 학문적 성과를 이룬다기보다는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다. 어제 어머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더니 요즘 수행 평가를 준비 중이라고 하셨다. 80대의 연세에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가 재미라고 하시니 그런 기질을 물려받았는가도 싶다. 배움의 가치는 지성의 추구도 있지만 영성의 추구도 포함된다. 지성이 인류가 쌓아 올린 지식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영성은 종교나 철학적 가치인 삶의 지혜를 추구하는 것이다. 독서나 쓰기, 만남, 여행이나 새로운 경험들이 앎에 대한 충족 추구이다.
셋째, 몸과 마음은 함께 간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건강을 잃었다면 마음이 힘들다. 몸은 의사나 약사, 내 가족이 챙겨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내 몸의 컨디션과 이상 유무를 잘 체크하고 먹는 양을 조절한다거나 내 몸에 맞는 음식을 먹어주고 적당한 운동도 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건강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라는 표어는 초등학교 운동회 표어만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관계이다. 내 주변 사람들과 친밀하고 따스한 관계를 유지하면 좋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사람 주변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상당한 재산을 지닌 부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주변인에 대한 의심과 불신의 마음이 상당했는데 어느 정도인가 하면 자신의 자식들이 생물학적으로 친자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했다는 얘기까지 했다. 그 말을 들으니 그의 많은 재산이 부럽다기보다는 인생이 참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이 맺는 인간관계가 얼마나 진실성이나 친밀도가 있을까 싶어서다. 만일 지금도 살아 있다면 80대 후반 정도는 되었을 것 같은데 혹시 치매에 걸렸거나 거동이 불편한 상황은 아닐지 궁금하긴 하다.
은퇴시점에 추구하는 성공이란 더 많은 돈을 번다거나 더 높은 명성과 직위를 추구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그에 대한 인생 성적표는 어느 정도 나온 셈이다. 주변의 인정도 강렬한 욕구지만 이것도 가장 중요한 인정은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대단하다고 칭송해도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를 부정하고 있다면 뿌리 없이 꽃만 화려한 경우와 같다. 그게 얼마나 오래가겠는가. 50대 중반에 생각하는 성공의 가치는 좀 달라져야 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카카오의 김범수 씨가 나의 롤 모델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생각나는 성공한 인물은 엉뚱하게도 내 부모님이다. 일제시대에 태어나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었고 가난한 집안 살림에 십 대 부터 이미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생활을 이어가다 두 분이 만나 결혼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시장통에서 삼 남매를 키워내고 그 결과 자녀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자리 잡아 잘 살고 있고 80대의 당신들께서는 작은 빌라 하나를 구입해 재정적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오순도순 살고 계신다. 한 인생에 저만한 성공이 있을까 싶다. 내 나이 80대가 되어 내 인생도 저리 산다면 성공적인 삶이려니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