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 만날 이유가 있을까?

by 장용범

링크는 연결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내 작은 공간을 하나 만들면서 다른 사이트와 연결하거나 이미 가진고 있는 이미지를 업로드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아무리 잘 만든 프로그램이라도 다른 파일이나 사이트와 링크되지 않는다면 사용이 제한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프로그램은 자연 속에서 혼자 사는 삶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다른 사람과의 연결에 피로도를 느끼다 못해 회피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내용인데 은근히 시청자 군을 확보하고 있나 보다. 그만큼 연결에 피로도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나의 성향은 사람들과의 적극적인 연결을 추구하는 편은 아니어서 사람 만나는데 많은 시간을 쏟지는 않는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지위가 올라갈수록 자신의 뜻과는 무관한 만남이 많아지는 것 같다. 얼마 전 내년도 직원 배치 문제로 나의 상사를 만나고 싶다는 타부서장의 연락을 받았다. 그 내용을 전했더니 ‘만날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며 거부하기에 살짝 당황했었다. 부서 간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 합일점은 쉽지 않지만 만나러 오겠다는데 굳이 만남을 거절하는 것이 나로서는 생소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배운 점은 있었는데 나를 만나러 오겠다는 사람 모두를 만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사소한 사건이었지만 나의 경우를 돌아보았다. 웬만하면 다 만나 주었던 것 같다. 때로는 그로 인해 피로도를 느끼기도 했지만 상대의 만남에 대한 요청에 거절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는 그래도 거절했던 편이지만, 굳이 만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안 만날 이유도 없는 경우에는 주로 만나는 걸로 했었다. 만남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연인 사이에서나 있는 일이지 사회생활 중에는 그런 만남은 드문 것 같다.


만날 이유가 없다는 말은 정치권이나 외교적으로는 자주 쓰는 말이지만 개인이 누군가로부터 만남을 요청받았을 때 만날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말의 효과도 나쁘지는 않겠다. 적어도 나의 뜻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승낙도 거절도 아닌 애매한 상황을 연출한다. 그러다 보면 언변이 아주 뛰어난 사람을 만나게도 되고 그 만남이 여러 번 이어지다 보면 처음에는 원치 않았던 상황에 점점 빠져드는 경우를 본다. 그래서 만남은 아무리 사소해도 함부로 가질 것이 아니다. ‘만날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는 자신의 태도는 그래서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원치 않는지를 밝히는 입장 표명이기도 하지만 다른 효과도 있다. 나는 당신이 만나고 싶다고 아무때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스스로를 높이는 행동이기도 하다. 만나고 싶지 않을 때는 당연히 만나지 않겠지만 만날 이유가 없을 때도 굳이 만나지는 말자. 그것이 내 시간을 절약하고 감정 소모를 줄이는 스스로에 대한 나의 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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