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 참 이상한 대선 캠페인

by 장용범

벌써 세 번째 코로나 검사이다. 지난주 회의에 참석했는데 그곳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나 보다. 점심시간쯤 인사부에서 연락이 와 검사받고 귀가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현재로선 별 이상이 없어 괜찮겠거니 여기지만 찜찜함은 어쩔 수 없다. 시청 광장 선별 검사소로 찾아갔더니 휴게시간이라 어차피 기다릴 바엔 집 근처로 가자 싶어 조기 퇴근을 하면서 검사를 받기로 한다. 퇴직하시는 상사분을 모시고 4명 이내 조촐한 식사 자리라도 가지려 했는데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광화문 뉴스 전광판에 나타난 대선 후보들의 선거 근황을 보았다. 선거가 목전인데 국민들의 사정은 나 몰라라 하고는 후보들 가족을 대상으로 저리도 물고 늘어지는 캠페인을 보니 뻔뻔하다는 생각밖엔 안 든다. 정책 공약이 없으니 대체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이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국민들 앞에 저리도 지저분한 정치 모습을 보이는데도 나라가 굴러가는 게 신기하다. 이 나라는 지도자 복이 이리도 없나 싶다. 역대 대통령 선거 가운데 가장 한심한 선거지만 그렇다고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잡으면 안 될 테니 차악이라도 뽑아야 하나 싶다.


악의 평범성이란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이 따로 있지 않고 그가 처한 상황이 악인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리 보면 인간의 이성은 정말이지 나약하기 그지없다. 그 이성을 마비시키는 도구로 쓰이는 것 중의 하나가 언어이다. 권력은 자신이 저지르는 악행을 악이 아닌 것처럼 포장한다. 권력과 권위는 그럴듯한 언어로 그 행동에 가담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마치 정당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최면을 건다. Final Solution(최종 해결)은 독일이 수립한 유태인을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처음에는 총으로 사살했다가 병사들이 그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자 독가스실을 만들어 버튼 하나 누르는 것으로 대신했다. 희생자가 보이지 않으면 악행도 거부감이 덜한 법이다. 이로 인해 유태인 600만 명이 학살당했다. Little Boy는 이름과는 달리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이름이었고 80년 광주에서의 민간인 학살 작전명은 ‘화려한 휴가’였다. 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말은 겉으로는 그럴 듯 하지만 사실 그 속에는 대량 해고라는 말도 숨어 있다. 권력의 포장된 부당한 행위에 주의해야 한다.


고미숙 작가는 ‘정주와 유목’이라는 강의에서 유목 민의 약탈은 잘 알려졌지만 정주민의 약탈은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정주민의 약탈은 계급이라는 이름하에 상시적으로 일어난다. 그러고 보니 척박한 땅에 살던 유목민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약탈을 해왔지만 정주민의 지배 세력은 그들의 사치를 위해 하위 계급을 약탈하는 면도 있다. 자본주의 하에서 부의 쏠림 현상이 그것을 반증한다.


내년도는 대선이 있는 해이다. 위임받은 권력을 자신의 힘인 양 마구 휘두르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왠지 두 후보의 강한 성향이 우려된다. 권력을 위임하고 그 권력에 지배받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상부에서 수립한 Final Solution이라는 계획을 너무도 성실하게 수행했던 아이히만은 600만 유태인을 학살한 주범이 되었다. 자신은 조직에서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일을 했을 뿐이라던 그에게 한나 아렌트가 붙인 죄명은 ‘생각의 무능’이었다. 자신의 생각 없이 조직의 권위나 권력에 성실히 따르기만 하는 삶은 자칫 나도 모르게 희대의 악인이 될 수도 있다. 내년 어떤 후보가 권력을 잡더라도 생각의 끈은 놓지 않아야 할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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