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세상에 시시한 일이란 없다

by 장용범

새해가 다가오면 늘 고민스러운 일이 하나 있다. 인사발령이 끝나고 업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개개인의 능력이 다르니 그들의 조합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한 해 농사를 걱정하는 농부의 심정과도 같다. 더구나 올해의 경우 일을 잘하던 직원이 장기근속을 이유로 이동을 희망하니 공백이 더 클 것 같다. 상당 부분을 도맡아 처리했는데 그만한 대체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럼 안 보내면 되는데 당장 나의 불편 때문에 한 직원의 경력 관리를 막고 싶지는 않았다.


연도 중에 출산 휴가를 들어가는 직원이 있어 업무조정을 실시하려 했다. 그때 한 직원이 개인 면담을 신청하더니 자신의 연식이 그런 하찮은 일을 할 상황은 아니라고 항변하였다. 당시 일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화가 났었다. 그는 스스로의 자존감을 어떤 일을 하는가로 내세우려 했지만 그런 태도 때문에 그에 대한 외부 평가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평가가 낮으니 더욱 방어적으로 되고 그로 인해 날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니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떡 가르듯이 일을 나눠 부여하면 될 것 같지만 일이란 게 사람 숫자와는 좀 다른 문제이다. 그래서 해마다 연초가 되면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이게 어떻게 배치되느냐에 따라 한 해 업무가 물 흐르듯이 흘러가기도 하고 삐걱대기도 하는 법이다.


일을 사람과 매칭 시킬 때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진행한다. 첫째, 업무가 잘 돌아가는 상황이면 가능하면 최소한도로 조정한다. 하지만 조직이 침체됐다 여겨지면 좀 크게 흔들어 버린다. 올해 부서를 맡고 나서는 일이 그럭저럭 잘 진행된 편이다. 그렇다면 업무조정도 덜 흔들어야 하지만 문제는 기존 에이스급 인력이 빠져버린 것과 직원 내부 갈등으로 업무를 바꿔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이럴 땐 업무 나누기가 좀 어려워진다. 둘째, 기본 틀은 내가 잡고 나머지는 직원들에게 맡긴다. 적어도 기본 틀은 직원들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양보 못하는 부문이다. 그러면 주어진 틀 안에서 자기들끼리 회의를 거듭하고는 조정안이라고 가져온다. 이 방식의 장점은 내가 원하는 대로 조직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고 세세한 업무는 자기들끼리 합의에 이른 것이니 더 이상 불만은 없게 된다. 어떤 부서장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골머리 아프다고 모든 걸 알아서 정해 오라고 맡긴다는데 그것은 좀 아닌 것 같다. 부서장이 업무를 장악하기 어렵고 조직의 체계 잡기가 곤란할 것 같아서다. 요즘 젊은 세대는 일을 더 한다는 것에 공평성을 내세워 거부감이 심한 편이라 가끔 ‘라떼는 말이야’라는 본전 생각이 날 때도 있다. 세상에 시시한 일은 없다. 그 일을 시시하게 해내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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