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타버스 상의 전시기획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학습법을 하나 시험해 보고 있다. 어쩌면 이미 나와 있는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어른의 공부법으로는 이만큼 효율적인 방법도 없는 것 같다. 일종의 결론을 먼저 정해두고 과정을 채워가는 방식인데 ‘거꾸로 학습법’이라 명명해 본다. 보통의 학습이 차근차근 배워 완성된 결론에 이르는 것임에 반해 이 방식은 미리 완성된 결론을 정해두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워가는 방식이다. 이번 인물화 전시기획을 예로 들면 이렇다.
‘1인 창직’ 과정에서 만난 우리들은 비록 아는 바는 없지만 메타버스 상에 인물화 전시회를 개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짧은 한 달의 과정을 거치며 상당한 학습 성과를 이루었는데 학습도 학습이지만 배움의 과정 자체가 좋은 학습 툴이라는 생각이 들어 3-3-3 방식으로 정리해 본다.
A. 프로젝트 정하기
1. 배우고 싶은 분야를 지정한다.
이 설정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무엇을 알고 싶은지 명확히 하는 것이 모든 공부의 출발점이다. 그것은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이고 학습의 동기부여가 된다. 우리는 메타버스를 배우고 싶었다.
2. 그것이 적용된 최종 산출물을 정한다.
비록 학습 대상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그것이 적용된 최종 아웃풋을 정한다. 우리는 11/28 현재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가상공간이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었지만 그 공간에다 인물화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3. 프로젝트를 정의한다.
프로젝트 명, 최종 산출일, 그것을 위한 일정계획 등을 수립한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 명을 ‘해봄 프로젝트’라고 명했는데 한 번 해 본다는 차원에서 붙여본 이름이었다. 관리되지 않은 일상은 미처 예상치 못한 일들로 채워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아웃풋의 날짜를 지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2022.1.2를 전시 오픈일자로 잡고 남은 기간 동안 일정별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웠다. 처음 일정계획은 주간단위로 거꾸로 세우는 것이 좋다. 전시회 일정 D-4주, D-3주, D-2주, D-1주 정도로 하고 필요하면 D-1주는 일단위로 잡을 수도 있다.
B. 프로젝트 진행하기
4. 조사와 학습 진행, 특히 유사사례 집중 탐구
유사사례 발굴이 중요하다. 이미 그 길을 갔던 사람이 있다는 건 사전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최종 산출물이 어떤 모습인지 미리 그릴 수 있어서다. 우리는 메타버스에서 이미 전시회를 개최했던 한 작가를 만났고, 용산전자랜드에서 진행하는 메타버스 경진대회에 지원하여 이틀간의 사전 교육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당초 계획이 수정되었는데 메타버스 플랫폼이 ‘제페토’에서 ‘게더타운’으로 바뀌었고, 게더타운의 2차원 그래픽이 아쉬워 3차원의 전시 메타버스인 ‘아트스텝스’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진행과정에서 두 차례의 줌 회의와 한 차례의 오프 만남도 가졌는데 회의는 그간 수행한 진도 체크와 다음 회의까지 수행할 과제를 선정하는 것으로 했다.
5. 학습과 프로젝트 진행을 병행
학습을 위한 학습이 되지 않도록 산출물을 만들어 가는 일을 병행한다. 우리는 게더타운에 공간 만드는 것을 배우면 이내 전시장을 만드는 것으로 했고 이미지 파일 업로드 법을 배우면 전시장에 인물화 올리는 작업을 병행했다. 짓고 부수기를 반복하는 중에 배움도 조금씩 확장되었는데 알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명확하니 학습의 효과도 컸다.
6. 학습의 확장을 적극 수용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추가적인 지식이 필요함을 느낀다. ‘게더타운’과 ‘아트스텝스’를 링크했는데 로딩 시간이 너무 걸려 해결 방안을 찾다가 그냥 3차원의 전시공간을 영상으로 찍기로 했다. 문제는 우리는 PC 화면 녹화방법을 몰랐고 녹화 후 영상편집 방법도 모른다는 것이다. 별수 없이 화면 녹화기인 ‘OBS Studio’와 동영상 편집기인 ‘키네마스타’를 다루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학습의 확장이 일어난 셈이다.
C. 프로젝트 완성
7. 완성도보다 기일을 맞추는 게 더 중요하다.
학습을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일단 기일을 맞추는 것을 우선으로 두고 완성도는 그 후 추가로 갖추어 가면 된다. 세상일은 깔끔하게 딱 끊어지는 게 드문 법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해 보면 학습에 얼마나 많은 진척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 과정도 흥미와 몰입으로 이어져 보통의 주입식 학습에서 느끼는 지루함이 없었다.
8. 세상에 내어 놓아야 한다.
학습과 병행하며 만든 작품이라 퀄리티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초대 인원을 작가의 지인이나 가족, 함께 1인 창직 과정을 이수했던 분들로 정했다. 비판보다는 격려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초대해 완성의 기쁨을 함께 누린다.
9. 추후 확장 가능성을 열어둔다
한 고지에 올라서면 다음 단계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법이다. 우여곡절 끝에 메타버스 상에 전시회를 개최하였다면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하고 싶어 진다. 누가 아는가. 이게 반복되다 보면 이 분야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하나의 직업도 될 수 있는 법이다. 이게 창직이다. 누군가 직업을 물으면 ‘메타버스 상의 전시기획자’라고 답할 수도 있는 법이다.
우리는 제도권 학교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쏟아붓는 주입식으로 배워왔다. 그러니 공부가 재미도 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짧은 경험이지만 작은 프로젝트 수행식으로 공부를 하니 몰입도와 학습 성취도가 탁월함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마음 맞는 사람끼리 팀을 이뤄 진행하는 것도 권하고 싶은데 효과가 더 큰 것 같아서다. 주변에 팀을 이룰만한 사람이 없다면 온라인 상에서 구하면 된다. 지금은 마음먹기에 따라 전 세계 사람들과 연결되는 세상이다. 이번에 참 좋은 학습 경험을 가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