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 다른 게 더 없을까?

by 장용범

Yes 아니면 No, 이것 아니면 저것의 선택을 하라는 경우가 있다. 어제 어느 대통령 후보에게 한 기자가 질문을 던지면서 Yes, No를 묻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그 후보는 그게 가장 위험한 질문이라며 세상에는 Yes, No로만 이야기할 수 없는 다양한 답변이 있고 오히려 그 Yes와 No를 제시한 그 사람이 상대가 어느 것을 선택하든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약간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는 어떤 제시를 받으면 그 안에서만 사고가 머무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이럴 때 더 중요한 것은 나에게 두 가지만 제시한 너는 누구냐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자는 대개 권력자인 경우가 많고 그의 권력은 정당한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한국인은 매뉴얼을 잘 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어떤 제품이 주어지면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 제조자가 생각도 못한 엉뚱한 기능에 까지 응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내가 남성 이발 전문점인 블루클럽에 처음 갔을 때의 일이다. 머리를 다 깎고 당연히 이발사가 솔로 잔머리를 털어주겠거니 기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기 청소기 봉 같은 것을 내 머리에 대고는 스위치를 올렸다. 효과는 같았지만 청소기가 그렇게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어쩌면 한국인의 이런 성향 때문에 이 땅에 민주주의가 빨리 정착되었는지도 모른다. 권력자가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선택적 대안에 대하여 그것 말고 또 있는 것 같은데라는 의심을 품는 성향은 독재가 쉽게 자리잡지 못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시끄럽긴 하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란 말도 있지만 반면 더 많은 대안을 제시한다는 장점도 있다.


그렇다면 이를 개인의 선택에도 적용해 봐야 한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 아니라 제3의 길은 없을까 하는 탐색의 과정이다. 지금까지의 진로 지도는 대학 졸업 후 기업체 취직이라는 획일적인 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기도 쉽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있어서다. 필요한 인력을 필요할 때 뽑겠다는 것인데 구직 청년들이 여전히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면 생각해 볼 문제다. 그냥 점점 닫혀 가는 문을 오매불망 바라보는 것 같아서다.


이번 코로나로 가장 타격을 입은 업체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업종이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백화점 같은 경우는 타격이 훨씬 더 했는데 롯데 홈쇼핑의 어느 부문장이 한 말이 인상적이다. ‘메타버스는 오프라인 시장의 새로운 기회이다.’ 현실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상행위가 가상공간에서도 가능하게 되었다는 얘기였다. 기존 온라인 쇼핑과는 또 다른 형태라는데 단순히 물건을 골라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가상공간으로 들어오게 하고 방문자가 돌아다니면서 전시된 상품을 경험하고 구입하는 형태로 고객에게 오프라인 매장과 유사한 경험을 접목시킬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 온라인 아니면 오프라인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찾는 시도인 것 같았다.


세상의 일은 Yes, No나 이것 또는 저것으로 결정지어지는 일은 드물다. 설령 그런 제안이 있더라도 다른 거 더 없냐고 물을 수 있을 때 개인이나 조직의 성장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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