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사람이 온다는 것

by 장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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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경주에서 스님이 올라오셨다. 서울 병원에 진료차 오시는데 차 한 잔 하겠냐고 연락을 주셨다. 흔쾌히 뵙기로 하고는 퇴근 무렵 신촌의 라오 상하이로 갔다. 스님의 활기찬 모습은 여전하셨다. 방역지침으로 딱 네 사람만 모일 수 있어 셋만 초대했다고 하신다. 두 분은 면이 없는 분이었다. 차를 인연으로 아시는 분인데 서예가와 사업을 하시는 분이었다. 찻잎을 우려내고 권하는 차 모임은 4-5명이 적당한 것 같다. 차를 마시고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또다시 차를 마시니 첫 대면임에도 네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서로 서먹할 수도 있었는데 대화를 잘 이끌어 내시는 스님 덕분에 웃고 담소하며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렇게 또 인연들이 맺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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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부에서 연락이 왔다. 새해 시작과 함께 올린 계약직 채용공고에 우리가 제시한 조건으로는 지원자가 적다며 필요 인원을 못 채울 수도 있다고 했다. 일단 무리하지 말라고 전했다. 일을 하는 데 있어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하지 사람의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라며 새로운 업무가 자리 잡히면 재공고를 내는 식으로 진행하자고 했다. 경험상 급하다고 무리하게 채용을 진행한 결과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경우가 여러 번 있어서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해야 하는데 내가 저 사람을 왜 뽑았지라는 자괴감이 든다면 그것도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인연은 급하다고 억지로 맺을게 아니다. 뭐, 그것도 인연이라면 할 말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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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는 전입 온 직원들이 자리를 잡았고 업무도 재조정하여 본격적인 새해 업무가 시작되었다. 직원별 업무분장과 좌석배치는 내가 꼭 관여하는 사항이다. 일 년 농사에 씨를 뿌리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사무실이라는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역학관계는 생각보다 복잡 다난하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심사숙고하는 편이다. 다행히 당초 생각한 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 이제 서서히 속도만 높여주면 된다. 사람과 사람이 맺어지고 그 속에서 일들이 일어난다. 서로에게 좋은 일도 상처 주는 일도 생긴다. 인연은 내가 맺고 싶어 맺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주어지는 인연도 있다. 어떤 인연이든지 나에게 온 인연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은 그래서 멋진 시이다.

/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 그의 과거와 현재 /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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