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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넘어졌으면 일어나야지

by 장용범

돌에 걸려 넘어졌으면 벌떡 일어나야지 일어나지도 않고 엎드려서 내가 왜 돌에 걸려 넘어졌을까라며 후회하고 자책 한들 뭐하겠어요. <법륜 스님>

쉬운 예로 인생 상담을 해주시는 스님의 지혜에 감탄할 때가 있다. 지난 어떤 행동 때문에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힘들어하는 질문자에게 툭 한 마디 던지는 말씀이 그건 질문자가 스스로를 잘 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자신은 어떠한 실수나 잘못도 하지 않을 잘난 위인인데 과거에 행한 어떤 잘못이나 실수를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괴롭다는 말씀이었다. 그러나 완벽한 인간은 없다며 그 잘났다는 생각을 털고 일어서라고 하셨다.

엊그제 뒷산 봉수대에 올라 스스로의 의식을 하나 거행했다. 지난주 담낭 제거 수술을 받았을 때 의료진은 내 담낭에 있던 것이라며 길이 1센티 정도 되는 돌을 하나 건네주었다. 처음에는 이런 돌덩이가 몸속에 있었다는 게 신기했고 이를 보관하여 스스로의 건강에 대한 경계로 삼으려고도 했었다. 그러다 저 말씀을 듣고 생각을 달리 했다. 과거는 그만 잊고 새로이 출발해야겠다고. 그래서 자주 가는 뒷산 봉수대에 올라 잘 가라며 저 멀리 던져 버리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해졌다.

나에게는 만나기가 꺼려지는 직원이 한 사람 있다. 그는 나를 볼 때마다 자신은 과거 어떤 성과를 내었는데 인정을 못 받았다는 말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사람이다. 마음속에 원망이 가득한 사람으로 만나고 나면 기가 빨린 느낌이 든다. 이제 다 지난 일이니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야지 않겠냐고 해도 그래야죠 하면서 다시 과거의 이야기로 돌아가 불평을 이어간다. 어쩌면 본인의 그러한 태도 때문에 부정적 평가가 나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자신은 다 잘했는데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본들 무슨 덕이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아픈 사람들이 많다. 거기에 누군가를 만났는데 자기의 문제에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을 누가 만나고 싶어 하겠는가. 그런데 생각해보니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긴 하다. 똑같은 성향의 사람들이다. 그들의 만남 자리를 곁에서 보면 이제야 마음 맞는 동지를 만난 것처럼 불평불만 시합을 하는데 서로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분위기다. 이런 사람들은 가급적 피하는 게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좋은 것 같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며 사람에 대해 좀 알게 된 것이 있다. 사람들은 남의 자랑 듣기를 좋아하지 않고 남이 실수하거나 넘어지면 은근히 즐기는 성향을 가지더라는 것이다. 또한 자기 문제도 골치 아픈데 남의 문제를 듣고 있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인지 은행의 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어떤 PB의 말을 빌면 자신의 일은 돈 많은 고객의 자랑을 들어주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고객들은 자기 자랑을 몇 시간씩이나 늘어놓고 가더라는 것이다. 큰돈을 맡겼으니 그 정도 자랑은 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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