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다는 것이 배움 자체로만 머문다면 종이 속의 활자요 그림 속의 물고기에 불과할 것 같다. 적어도 배움이 의미 있으려면 배움에 따른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억은 늘 휘발되어 사라지게 마련이고 남는 것은 희미한 배움의 기억뿐일 것이다. 배움은 머리로 하기보다는 몸으로 배운 것이 오래간다는 말이 있다. 또한 혼자 가는 것보다 함께 가는 것이 멀리 간다는 말도 있다. 이것은 배움에 적용할만하다. 나는 최근 끝낸 ‘해봄 프로젝트’를 통해 그 효과를 실감했다. 멤버 중 한 분이 연필로 그린 인물화를 메타버스에 전시한다는 목표로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이 정말 많았다. 완전 백지상태에서 시작했지만 진행하는 과정에서 메타버스인 게더타운과 아트스텝스, 온라인 상의 게시판인 패들렛 그리고 동영상 편집을 배울 수 있었다. 두 달 정도의 기간에 주로 메타버스나 줌 회의를 진행하며 거둔 성과치고는 나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조만간 멤버들끼리 쫑파티라도 할까 싶다.
한 번 재미가 드니 다른 것에도 적용하고 싶어 진다. 이번에는 독립출판이다. ‘해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메타버스 전시회를 개최했던 작가를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녀의 일정에 맞추어 찾아간 곳이 어느 독립출판 행사장이었다. 당시 출판의 새로운 형태에 깊은 인상이 남아 언젠가 나도 도전하고 싶어졌다. 책을 읽는 수준에서 쓰는 것으로 발전하고 나아가 책을 만드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면 책에 관해서는 하나의 라인업이 완성되는 셈이다. 혼자서도 할 수 있겠지만 함께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글쓰기 동아리 회원분들에게 제안했더니 감사하게도 많은 관심을 보여 주신다. 그러면 시작하는 거다.
먼저 프로젝트의 이름과 기간을 정하고, 아웃풋으로 무엇을 낼 것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일정별로 채워나가면 된다. 무엇을 배워야 할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인들은 주어진 과제를 어떻게 수행할지를 정하고 진도관리를 해 가면 된다. 일단 기획안은 내가 만들기로 했다. 나는 이런 게 재미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들어 가는 과정을 즐기는데 마치 레고를 하나하나 조립해 가는 것 같다. 이러한 프로젝트 관리는 회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터득한 노하우기도 하다. 회사가 사업 분리하며 출범할 당시 IT와 현업을 연결하는 TF 책임자로 일한 경험과 회사의 여러 컨설팅에 회사 측 실무자로 참여한 경험 그리고 각종 영업 프로모션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일련의 과정 등은 이미 익숙한 업무였다. 더구나 요즘은 이런 일을 하는데 최적의 환경도 갖춘 셈인데 줌이나 메타버스 등이 있어 온라인 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과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하면 크몽 같은 곳에서 쉽게 구할 수도 있다.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게 문제지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다. 새해 들어 이렇게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한다. 일단 재미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