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3. 너무 빠르다 여겨질 때

by 장용범

경제적이다 또는 효율적이라는 것은 들이는 비용 대비 아웃풋이 크다는 것이다. 그 비용이란 것은 노동일 수도 있고 돈이나 시간일 수도 있다. 돌아보면 우리는 어릴 적부터 효율성을 추구하게끔 배워왔다. 학교 교육이 그랬고 직장에서의 생활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 효율을 우선시한 결과는 어떠했을까. 같은 아웃풋을 내는데도 노동력은 줄어들고 시간은 단축되었으며 비용이 덜 드는 결과를 낳았다. 이 말은 실업자들이 늘어났고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자동화가 일어났으며 뭐든지 빨라졌음을 의미한다. 효율성을 우선시한 결과 인간이 더 불행해졌다면 그 효율성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선생님 : 너희 아버지 뭐 하시노?

*학생 : 집에서 놉니더.

*선생님 :와?

*학생 : 모르겠심더. 다니던 회사가 자동화 되고 사람이 필요 없어졌다카데예. 그래서 짤렸심더.


코로나로 문을 닫는 가게는 늘어났지만 온라인 상거래로 정작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다. 필요한 것을 새벽 배송으로 주문하면 이튿날 문 앞에 놓여있다. 새벽 배송을 한 번도 안 시킨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시킨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그 편리함에 길들여지면 자꾸 이용하게 된다. 이런 양상이 극단적으로 흐르게 되면 생산과 유통에 사람이 필요 없는 사회로 가게 된다. 그러면 뭔가 좀 이상해진다. 소비하는 사람은 있는데 생산하는 사람과 유통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이것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그리고 그 속에 산출된 돈의 흐름은 어디로 가는가? 아마도 그런 시스템을 만들었던 소수의 사람들에게 흘러가게 되어있다. 새벽 배송에 맛 들이면 계속 시키게 되듯이 어느덧 사람들은 부자들이 만든 시스템의 노예들이 되어 간다. 물론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점점 그것에 길들여지는 생활을 이어간다.


코로나의 문제는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2020년 1월 중국의 우한시에서 발생한 코로나는 2월이 되자 아시아로 퍼지기 시작했고 3월 말에는 전 세계가 감염되었다. 전파력의 효율성으로 보면 최고의 기록 같다. 오늘날 변화의 속도는 인간의 적응력을 넘어서고 있다. 사람의 몸은 수만 년에 걸쳐 서서히 진화되어 왔는데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생한 지 3개월 만에 덮친다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맞선 인류의 대응 속도도 빠르긴 했다. 보통의 백신은 임상실험을 거쳐 완제품이 나오는데 10년이 걸리지만 이번 코로나의 경우 지금껏 인간에게는 사용한 적 없었던 mRNA를 활용한 방식으로 불과 1년 만에 백신을 만들어 그해 12월에 접종이 시작되었다.


철학자 강신주는 코로나 사태의 원인에 대해 속도 차이를 이야기한다.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는 너무 빠른 반면 적응할 수 있는 몸의 변화는 너무 느립니다. 속도가 빠르면 힘들게 마련이에요. 우리 몸에 맞는 변화의 속도가 필요합니다.” 세상은 변화에 적응하라며 다그친다. 적응하지 못하면 다 죽는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그리고 그 속도에 적응한 소수의 사람만이 변화의 과실을 독식하는 사회가 되고 만다. 우리에겐 주변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가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초등학교에서 덧셈, 뺄셈 하는 수준인데 변화의 속도 때문에 인수분해나 미적분을 배워야 한다면 아이가 얼마나 힘들 것인가. 주변이 아무리 빨리 가더라도 내 몸이 따라주지 못하면 못 가는 것이다. 그래서는 경쟁에서 못 이긴다고 다그치면 나는 내 페이스로 갈 테니 먼저 가라고 하자. 그래 봤자 모든 인간의 종착역은 한 군데이다. 그리고 빨리 갔다고 꼭 좋다는 보장도 없다.


효율성이 극대화된 사회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둘 중 하나는 짤려야 하며 소득은 줄어드는 사회이다. 우리는 이것을 경쟁사회라고 부른다. 듣기만 해도 피곤하지 않은가. 우리에겐 우리 몸에 맞는 변화의 속도가 필요하다. 주변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 무조건 따라만 갈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변화의 속도를 찾아야 한다. 그게 오버슈팅으로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방법이다. 마라톤의 1등은 한 사람이지만 완주하는 사람은 여럿이다. 나는 1등이 목표인가 완주가 목표인가 그것부터 명확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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