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 Just Do It!(한 번 해 봐!)

by 장용범

끈적거림을 싫어한다.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그 정도가 좀 유난한 편이다. 주방의 가스레인지 위의 후드가 작동하지 않은지 꽤 되었는데 왜 그런가 보니 끈적임이 심했다. 아내는 이사 온 후로 필터 청소를 했다는데도 오래되다 보니 조리할 때의 기름때가 끼어 수명을 다 한 것 같았다. 한 동안 그리 지내다 하루는 문득 직접 교체해 볼까라는 마음이 일어 유튜브에 ‘주방 후드 교체법’이라고 조회를 해 보았다. 이렇게 간단한 거였나 싶었다. 당장 쿠팡에 제품을 주문했다. 가격도 3-5만 원 수준으로 적당했다. 주중에 물건은 도착했지만 주말을 기해 작업을 하기로 했다. 먼저 기존의 주방 후드를 떼어내는 작업이다. 나사 네 개만 풀면 될 정도로 간단한 작업이었다. 다음은 새것으로 붙이는 작업인데 문제가 생겼다. 나사 위치가 기존의 것과 달라 싱크대를 고정시킨 못 때문에 나사 박기가 애매했다. 일단 주어진 나사보다 좀 긴 나사를 이용해 어째 어째 고정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이번에는 환풍구 연통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무리하게 힘을 준 탓인지 플라스틱 고정 부위가 부러져 버렸다. 이때부터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어찌할까 고민하다 연통을 알루미늄 테이프로 고정하기로 하고는 모든 걸 팽개치고 알루미늄 테이프를 사러 갔다. 몇 군데 가게를 헤맨 후에 알루미늄 테이프를 사 와 겨우겨우 주방 후드 교체 작업을 마쳤다. 시계를 보니 거의 두 시간이 흘렀고 온 몸은 땀이 흥건하다. 내가 주방 후드 교체 작업을 직접 하겠다고 했을 때 아내는 반신반의했는데 작업하는 내내 곁에서 보조역할하느라 본인도 지쳐 버렸다. 유튜브로 볼 때는 너무도 간단해 보인던 작업이었는데 중간중간에 발생하는 예상치 못했던 돌발상황에 당황스러웠다. 조리할 때마다 신경 쓰이게 하는 주방 후드를 멋지게 교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나사못을 박고, 하나밖에 없는 부품을 망가뜨리기도 했고 작업하다 알루미늄 테이프 사러 뛰쳐나가는 모습까지 보여주니 영 스타일을 구기고 만다. 그래도 주방 후드 교체라는 또 하나의 경험치를 쌓았으니 되었다 싶다.


이처럼 세상일이란 게 생각대로 되는 게 드물긴 하다. 어떤 경우에는 어려워 보이는 일이지만 정작 부딪혀 보면 수월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무척 쉬워 보였지만 진행할수록 헤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앉아서 생각만 하거나 곁에서 구경만 하는 사람에게는 그 마저도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실행력이 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그간의 경험치로 보아 머리로 생각만 하기보다는 몸을 움직여 진행하는 편이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쓰는 실행의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떤 일을 해야겠다고 떠 올랐을 때 대강 얼개를 짜 보고는 휴대폰의 스케줄러나 다이어리를 꺼내어 할 일로 넣어버리면 된다. 어제의 주방 후드 교체 작업도 유튜브를 찾아보고는 직접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쿠팡에 주문을 하고는 주말 일정표에 넣어버린 경우였다. 매번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배우는 건 있다. 이건 안 되는 거구 나를 배운다. 그것도 지금의 내 수준으로 안 된다는 것이지 영원히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꼭 하고 싶다면 방법이야 있겠지 싶다.


저녁에는 독립출판 스터디 모임 줌 회의를 주관했다. 이것도 시작은 아이디어 차원이었다. 독립출판 전시회를 다녀온 후 앞으로 글은 계속 쓸 것 같은데 책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다만 혼자서 하기에는 끝까지 가기 어려울 것 같아 글쓰기 동아리 회원들에게 내용을 공유했고 최종 다섯 분이 합류했다. 스터디 첫 모임에서 앞으로의 로드맵을 전달하며 그런 말씀을 드렸다. ‘우리는 이미 각자의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고 최종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게 책입니다. 그 사이 과정은 일정별로 배워가며 중간 결과물을 공유하는 식으로 하다 보면 정해진 기일에 각자의 책이 하나 나올 겁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편집이나 디자인을 배운 적이 없어서라고 망설일 수도 있겠지만 배우면서 하면 될 일이다. 세상에는 많은 독립 출판업자들이 있고 그들이 했다면 길은 있을 것이다. 저녁에는 주방 후드 교체 기념으로 고추장 불고기를 만들어 보았다. 매운 연기를 잘 빨아들이는 나의 첫 작품을 보니 뿌듯함이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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