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7. 슬럼프 벗어나는 법

by 장용범

정신 의학자 윤대현이라는 분의 강의나 대담 영상을 챙겨 보는 편이다. 우선 그분의 온화한 미소가 좋고 정신건강에 관한 전문적인 조언에 끌려서다. 이번에는 슬럼프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나 자신과 일대일 가상의 대담 형태로 작성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이런 게 재미있다. 지식이 그냥 글 한 줄 읽거나 말 한마디 듣고 사라진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렇게라도 복습으로 남겨본다.


*나 : 슬럼프란 어떤 건가요?

*윤 : 슬럼프는 지친 마음입니다. 슬럼프에 빠지면 건망증이나 불면증, 불안, 짜증, 스스로에 대한 신세한탄이 늘어납니다. 이리되면 자존감도 떨어지고 실제로 몸의 이상 증상까지 나타납니다.

*나 : 그렇군요. 저의 경험상 하나 더 보탠다면 아무런 의욕이 생겨나지 않더군요. 이전에는 거뜬하게 해냈던 일인데도 아무리 애를 써도 진흙탕에 빠진 자동차 바퀴처럼 겉돌고 말더군요. 힘은 힘대로 드는데도 말이죠.

*윤 : 이럴 땐 취미가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취미가 없다는 얘기들을 하죠. 그런데 그건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사람들은 취미를 삶의 위로라 여기는데 사실 취미는 삶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진료실에 있다 보면 젊었을 때부터 열심히 살아 누가 봐도 성공한 인생으로 보이는데 정작 본인은 삶의 목표를 상실해 슬럼프에 빠진 중노년들이 자주 찾아옵니다.

*나 : 일종의 성공 뒤에 오는 공허감 같은 거겠죠. 대처방안은 있을까요?

*윤 : 우리에겐 행복이란 것도 너무 높은 목표 같아요, 잘 와닿지도 않고요. 이럴 땐 인생 목표를 너무 높이 잡지 말고 작은 것으로 잡아보길 권하죠.

*나 : 맞아요. 젊을 적엔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낼 것 같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현타가 온다고 해야겠죠. 나란 사람이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 할 수 있는 것도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요. 그런데 이건 대통령도 마찬가지 같아요. 언젠가 문재인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참석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주위에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지도자들과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보니 그 안에서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더라고요. 모든 게 상대적이겠죠.

*윤 : 그래요. 우리는 소박하지만 이룰 수 있는 목표를 가졌을 때 지치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열심, 성공, 행복도 좋지만 나만의 소박한 인생 목표를 가져 보세요. 본인의 소박하고 작은 목표 하나 말씀해 보시죠.

*나 : 글쎄요. 그래도 저는 소박하지만 작은 목표들을 좀 가진 편이죠. 그중 하나가 하루에 글 한 편을 써보자는 건데 혼자라면 꾸준히 하기 어려울 것 같아 지인들과 공유하거나 동아리를 통해 서로 격려하며 진행하고 있죠. 이 덕분에 저 스스로도 긍정적인 변화가 많았던 경험이 있네요.

*윤 : 음, 괜찮은 목표군요.

*나 : 그런데 슬럼프를 빠져나올 방법으로 소박하고 작은 목표 외에 다른 방법들은 없나요?

*윤 : 자신의 인생을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길 권합니다. 영화 배우는 정작 영화를 찍을 동안에는 자신을 볼 수가 없어요. 영화배우는 시사회 때 처음으로 자신이 나오는 영화를 보게 되죠. 이처럼 우리도 자신의 인생을 한 발짝 떨어져 보게 되면 좀 더 잘 보게 되죠. 구체적으로는 자연을 찾거나 공연 등의 문화체험을 권합니다.

*나 : 그렇군요. 강신주 박사도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나는 조언으로 뉴스를 보지 말고 일단 집에서 나와 산책이라도 하라더군요. 비슷한 맥락이네요.

*윤 : 그리고 먼 미래를 생각하게 되면 슬럼프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어요. 많이도 말고 하루 10분 정도 관객의 입장이 되어 내 인생을 보게 되면 내 인생이 달리 보이게 되죠. 행복한 사람들을 보면 미래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죠. 다섯 살 아이들이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것도 오직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나 : 불가에선 그 말을 수처작주라고 하죠. 오늘 슬럼프를 빠져나올 여러 가지 좋은 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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