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9. 하라는 대로 해 보자

by 장용범

20-30대에는 자기 계발서를 많이 보았다. 긍정적인 도움도 받았지만 습관화 못해 휘발성으로 끝난 독서도 꽤 많았었다. 그 후로도 가끔 자기 계발서를 구입은 했지만 예전만큼의 끌림은 없었는데 그 이유는 아마 나의 생애주기가 중년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이가 들고 은퇴를 앞둔 상황에서 사회생활을 통한 나의 위치가 어느 정도 정해지다 보니 더 이상 자기 계발이나 성공에 대해서 관심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중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에 눈이 갔다. 이 책에 관심이 간 것은 특이하게도 자기 계발서 치고는 수명이 참 오래간다고 여겨서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를 기억하는데 2017년도 어느 카페에서 비즈니스 정장 차림의 한 젊은 사람이 빨간 표지의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있어 대체 어떤 책인지 궁금해서 유심히 보았었다. 나의 20-30대 시절을 생각하며 성공에 관한 저런 책에 끌릴시기다 싶었다. 그런데 그 후로도 이 책의 수명이 얼마나 질긴지 서점의 가판대에서 줄곧 살아남더니 5년이 지난 지금도 베스트셀러 코너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자기 계발서 분야의 책이 이렇게 오랫동안 읽히는 건 상당히 특이한 현상이다. 자기 계발서는 워낙 종류도 많아 거의 인스턴트 수준에 가까운데 출판사에서 물량공세로 밀면 잠시 떴다가 이내 사라지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구입해 보았다. 처음의 빨간색 표지에서 하얀색 바탕으로 바뀐 게 다르다면 달랐다. 얼마나 찍어냈나 봤더니 11쇄를 찍은 책이다. 이 정도면 출판사나 저자에게 엄청난 대박을 안겨 준 책이다. 요즘 같은 출판 불황기에 3쇄만 찍어도 성공이라 하는데 11쇄는 경이적인 인쇄 기록이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서의 문장 전개는 보통 성공하려면 이래라저래라 하고 시키는 문체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사이 적절한 사레를 넣어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이 책도 역시 그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자기 계발서를 읽고서 성공한 사람보다는 자기 계발서를 써서 성공한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 책이 다른 책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었기에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지 궁금해졌다. 내가 발견한 것은 어쩐지 문체에서 자기 확신에 근거한 에너지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문체의 어떤 면이 읽는 사람에게 힘을 느끼게 했을까 하고 다시 살펴보니 명령형의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고 있어 읽는 독자가 마치 군대에서 훈련을 받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명상하라’, ‘타인을 비난하지 마라’, ‘레드팀을 이끌어라’ 등등 처음부터 끝까지 명령조다. 여기에 흥미로운 사례를 매개로 한 전개가 좋고 누구든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소소한 실천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런 문체는 자칫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이 책이 그것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가 타이틀은 일관되게 명령조로 가되 내용은 왜 그리해야 하는지 근거와 가이드를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어 거부감을 많이 줄였다는 느낌이다. 번역가를 두 사람이나 투입할 만큼 출판사가 많은 공을 들였던 책자임을 알 것 같다.


자, 형식은 그렇다 치고 다음은 내용을 보자. 어쩐지 이 책은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가벼운 아이디어들이 넘쳐난다. 이를테면 자고 일어나자 잠자리를 정리하라. 명상하라, 아침 일기를 적어라 등등. 그리 큰 결심을 않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분명 좋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내용의 책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61가지의 성공 비밀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책에 있는’~하라’는 명령조의 문장을 모두 합친다면 훨씬 많은 실천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이 책을 읽은 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나마 나는 한 가지 실천하고 있는데 일어나자마자 바로 잠자리를 정리하는 것이다. 두 달 정도 해보니 분명 효과를 보았다. 하루의 시작이 깔끔해진 느낌이 든다. ‘명상하라’는 것은 하다 말다 하지만 그래도 시도는 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세 번째 실천 거리를 찾아 책을 넘기다가 ‘나에게 일어난 멋진 일들을 저장하라’는 것을 실천해 보기로 했다. 투명한 병을 하나 골라 그동안 나에게 일어난 멋진 일들을 적어 넣는 것이다. 이왕이면 그 옆에는 병을 하나 더 만들어 내가 하고 싶고 끌리는 일들을 넣는 것도 좋겠다. 일종의 추상적인 것을 시각화시키는 방식인데 이 또한 좋은 아이디어 같다. 오늘 당장 다이소에 가서 빈병부터 하나 사야겠다. 아직 이 책을 다 읽지는 않았다. 어쩌면 상당히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책에서 추천하는 하나하나의 아이디어를 택해 일상 속에서 실천하기로 효과를 검증해 보고 싶어서다. 자기 계발서 같은 책이 사람을 바꾸기도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실천을 전제로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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