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 나의 도시락 예찬

by 장용범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전날 점심을 함께 먹은 사람이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며 본인도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출근을 못한다고 했다.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죄송하다기에 그냥 좋게 생각하라고 했다. 별다른 증상이 없는 걸 보면 음성일 테니 너무 걱정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확진자가 늘어감에 따라 주변에서도 영향을 받는 이들이 나타난다. 요즘 아내에게 점심 도시락을 싸 달라고 해서 들고 다닌다. 직장생활 31년 차에 출근할 때 도시락 싸들고 다니기는 처음이다.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일단 점심 먹으러 가는 일이 귀찮아졌다. 구내식당을 가면 줄을 길게 서야 하고, 밖으로 나가면 QR체크에 칸막이까지 있는 곳에서 먹어야 하니 그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일일 확진자 10만 명을 내다보는 시점에는 차라리 도시락 하나 싸들고 다니는 게 여러모로 합리적인 것 같다. 사실 이렇게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이틀 전 구내식당에서 줄 서는 게 귀찮아 나는 좀 늦게 먹겠다고 했더니 한 직원이 자신이 컵밥 도시락을 두 개 싸왔는데 같이 먹자고 했다. 뭔가 했더니 큰 종이컵에 볶음밥을 두 개 담아 왔는데 그중 하나를 내어 놓았다. 왜 하필 컵밥이냐고 하니 그냥 점심 먹고 빈 도시락통 챙기는 것도 귀찮아 먹고 컵을 버린다고 하는데 아이디어가 참 기발했다. 게다가 그날 오후 구내식당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다음날 식당을 폐쇄한다는 방송까지 나오게 되니 이참에 나도 도시락을 들고 다니자는 마음을 낸 것이다.


* 직원들 : 식사하러 가시죠.

* 나 : 다녀들 오세요. 저는 도시락을 싸 왔어요.

* 직원들 : 네? 도시락을요?

지금처럼 코로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누가 봐도 도시락을 들고 다니는 게 합리적인 것 같은데 주변을 둘러보면 도시락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드물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어도 가격이나 질적으로나 도시락이 여러모로 좋긴 하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직장에서는 왜 도시락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드문 걸까? 좀 모양새가 빠지는 면도 있을 것이다. 다른 동료들은 함께 어울려 점심을 먹는데 혼자 사무실에서 도시락 먹는 모습을 상상해 봐라. 도시락 챙기는 일이 귀찮고 불편하다는 것도 있겠지만 식사를 통한 사람들과의 교류가 단절될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적 요인도 클 것 같다.


인간사회는 다수가 따르는 것이 정답으로 강요받기에 혼자 또는 소수에 머무는 마음이 불편하긴 하다. 가끔 거기에 반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데 이것도 두 부류다. 하나는 다수가 합리적이라 여기지만 누구도 시작할 용기가 없어 못했던 일을 먼저 하는 사람이 있고, 하나는 그야말로 수용되기 어려운 이상한 사람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시간은 걸릴지언정 다수가 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그 사람을 알 수 없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되고 이해된다고 한다. 직장인의 은퇴 후 삶이 두려운 이유 중에는 사회관계의 단절도 있다. 하지만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상대에 대한 집착이 덜 한 것 같다. 관계의 문제는 대부분 상대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되는 면도 있기에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도 잘 지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요즘은 도시락을 들고 와 컵밥 동지와 함께 조촐한 점심을 즐기고 남들보다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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