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내가 가졌을 때 발생한다”. 글쓰기 동아리에 올라온 이 글이 참 와 닿는다. 권력의 속성을 이처럼 명확하게 정리한 글이 있을까 싶다. 공무원 직업의 장단점에 대해 이런 이야기가 있다. “공무원의 장점은 내가 잘리지 않는 거다” “공무원의 단점은 (관계가 껄끄러운) 그 사람도 잘리지 않는 거다”. 함축하는 의미가 있는데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공무원 조직을 끌고 가는 일이 상당히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인사와 예산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인사라 함은 개인의 이익이나 불이익을 말한다. 만일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조직 관리가 상당히 곤란해진다. 일을 하는데 인간적 감화로만 끌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만일 공무원이면서 승진에도 관심이 없다면 그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는 무엇일까. 쉽지 않겠다 여겼는데 교감으로 재직 중인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니 승진에 관심 없는 나이 든 평교사에게 교무 행정 일을 시키기가 어렵다고 했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원하는 게 없는 사람에게는 권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누군가가 나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게 싫으면 내가 그로부터 원하는 바가 없으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재미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권력관계는 반드시 상사가 직원에게 행사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통상 권력은 조직의 윗사람이 가지는 것이지만 그도 직원에게 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승진이든 뭐든 직원에게 줄 것도 없으면서 상사의 원하는 바만 직원들에게 강요하면 갈등이 생겨날 수 있다. 최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간의 갈등이 권력관계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 싸움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상대에게 원하는 바가 적은 사람이 유리할 것 같다. 그리보면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를 안고 새로운 장관이 취임했으니 그녀는 검찰과 검찰총장에게 원하는 것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검찰총장은 장관에게 원하는 것이 별로 없다. 심지어는 자신의 자리에 연연하는 성격도 아닌 것 같은데 다만 그는 자신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결론은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쟁점인 공수처법의 통과로 이후의 갈등은 점점 약화될 전망이다. 코로나로 힘든 국민들이 장관과 검찰총장의 볼썽사나운 갈등을 보는 것도 슬슬 짜증 나는 일이니 조만간 두 사람의 거취가 결정 나지 않을까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식으로든 권력관계가 형성되게 마련이다. 이때 나보다 직급이 높으니까, 더 많이 가진 부자니까 권력이 그에게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비록 그가 많이 가졌다고 해도 내가 그에게 원하는 바가 없다면 권력은 나에게 행사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군가로부터 어떤 강요를 받게 된다면 이렇게 물어볼 일이다. ‘내가 저 사람에게 원하는 게 있는가?’ 철학자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더 대왕 사이에 이런 일화가 있다. 원하는 것을 주겠다는 알렉산더에게 디오게네스는 햇빛이 가리니 좀 비켜 달라고 한다. 이는 알렉산더의 권력이 디오게네스에게 영향을 주지 못함을 의미한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이는 누구에게도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붓다나 예수 같은 분들이 위대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