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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 새는 둥지를 떠난다

by 장용범

저녁 무렵 본가에 전화를 드렸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라 두 분도 외출을 자제하시라는 당부도 드릴 겸 연락을 드린 것이다. 전화기 너머 어머니의 밝은 목소리에 반가움이 앞선다. 지금 뭐 하시냐고 여쭈니 얼마 전 보내드린 내 책을 읽고 계시다고 했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말씀이 “나는 내 아들의 그저 성실한 모습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내가 알지 못했던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네. 새삼 네가 달리 보인다.”라고 하시는데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은 20대 초반 까지였지만 더 많은 시간들을 따로 지냈으니 그런 면도 있지 않겠냐고 하니 나름 수긍을 하신다.

한 인간이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을 한다는 것은 개인에게는 아주 큰 사건이다. 나는 자녀의 독립이라 하면 어느 동물 다큐에서 보았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것은 바닷가 절벽에 둥지를 잡은 바다새가 어린 새끼를 키워 떠나보내는 장면이었다. 왜 하필 깎아지른 절벽에 둥지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환경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평온한 날도 있었지만 세찬 바닷바람과 내리는 눈발에 오돌오돌 떨기도 했고 다른 새들이 어린 새끼를 노려 둥지를 공격할 때는 맞서 싸우기도 했다. 때로는 어린 새가 둥지를 벗어나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는데 어미새가 빙빙 하늘을 나는 모습이 슬픔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어린 새끼는 그렇게 물어다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살다가 어느 정도 자라면 날개를 파닥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절벽을 뛰어내리는 첫 비행의 순간이 다가왔다. 날개에 충분한 힘이 없으면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는데 그래도 대부분의 새는 어설퍼긴 해도 비틀비틀 비행을 이어갔다. 마침내 그 새는 스스로 하늘을 날아오른 것이다. 그 장면에서 어미새의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자기 새끼의 첫 비행을 보는 어미의 모습을 보며 저 마음이 어떨까라는 감정 이입을 했었다. 한 번 둥지를 떠난 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그 새는 자신의 비행을 하며 험한 자연의 질서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어미의 삶은 어미의 삶대로 이어진다. 자식을 그리워할지는 모르겠지만 자식의 삶과는 별개로 살아가는 삶이다.

전화를 끊고 드는 생각이 있다. 부모는 자식들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머니의 나에 대한 이미지는 함께 살았던 그 시절에 머물러 있겠지만 나는 더 많은 시간들을 당신이 잘 알지 못하는 삶으로 채워왔던 것이다. 함께 살아도 가끔 낯설게 여겨지는 아이들을 보면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는 내 자식이지만 남의 자식 대하듯 하라는 말이 맞는 것도 같다.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던 올해의 큰 수확이라면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이다. 좀 더 아이들을 이해하게 되었고 내가 생각하는 만큼 어리지 않다고 여겨져 흐뭇하기도 했다. 나에게는 코로나가 안겨준 나름 긍정적인 면을 하나 발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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