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것을 하려다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를 가끔 겪는다. 그래서 하루의 활동은 좀 구체적인 게 좋다. ‘우리는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 하지만 일 년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한다’는 말이 있다. 눈을 뜨고 숨을 쉬는 이상 무언가는 하게 마련이고 이왕이면 그 일이 나와 세상에 좀 더 바람직한 일이길 바란다. 요즘 나의 일을 보면 뭔가 좀 어수선한 느낌도 있다. 그나마 하루의 리츄얼은 새벽 글쓰기와 아침 산행, 출근이지만 이런저런 계기로 몇 가지 프로젝트성 일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하나에 몰입해서 마무리 짓고 다음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뭔가 새로운 일들이 조금씩 더해지고 있다. 힘들거나 스트레스받는 것은 아니지만 좀 효율적일 필요는 있는데 하루 종일 별일 없이 지내다 막판에 몰아서 하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지식노동자의 시간관리는 이것 조금, 저것 조금 해서는 일이 완성되지 않는다. 적어도 한 번에 하나의 일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간 다수의 일에 시간을 너무 잘게 배분했었다.
일은 돈벌이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자원봉사처럼 일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이어왔지만 요즘은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 좀 늘어났다. 그것도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관여하고 그것을 조율하는 실무적인 일인데 보수는 없는 일이다. 자원봉사라 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떠올리지만 나의 자원봉사는 그간 조직을 운영하고 관리했던 경험을 살리는 일이다. 퇴근 무렵 함께 인터넷 신문사 설립에 관여하고 계신 교수님의 전화를 받았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방정책 관련한 긴급 정책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인데 대관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나 스스로 사무국장직을 자임한 터라 앞으로 이런 일이 자주 생길 것 같다. 장소를 광화문 프레스 센터를 원하시기에 기자회견장으로 급히 예약을 마쳤다. 교수님이 보내주신 세미나 관련 안을 보니 후원자로 국무총리 산하 국책 연구소도 보이고 패널에 대학교수와 외교관의 이름도 들어가 있었다.
아침 산행을 하면서 앞으로 나의 일에 대해 이런저런 구상을 내어 본다. 글쓰기와 언론은 통하는 일이다. 비록 작은 인터넷 언론사지만 이 땅의 사람들이 잊고 지내는 대륙에 대한 관심을 일깨울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다. 이런 나를 돌아보면 많이 변했다는 느낌도 있다. 주변에는 별로 돈벌이가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는 이해가 안 되었지만 요즘 내가 그런 상황이 되어보니 그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냥 하고 싶으니까라는 이유 말고는 없을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이 일도 재미있으니까 계속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