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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 좋은 사람들이 모인 곳

by 장용범

사회에서는 꼭 필요하지만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한 멘탈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직종이 있다. 의사라는 직업도 가볍고 밝은 얼굴로 오는 사람들은 드물 테니 자신의 멘탈관리가 필요한 직업이고, 강력계 형사나 검사라는 직업도 늘 의심을 전제로 일을 해야 하니 좋은 직업 같지는 않다. 사업단장 시절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고 보험설계사에 지원한 한 여성분이 있었다. 어떤 일을 하셨냐고 물으니 경찰은 아니지만 경찰청에서 근무했는데 사건 발생 후 찍은 현장 사진을 텍스트로 정리하는 일이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매일 같이 살인사건이나 사고 현장의 사진들을 보면서 사건파일로 정리하는 일을 했던 분이었다. 그런 사진들이 대강 어떠하리란 게 짐작되어 많이 힘드셨겠다고 했더니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밤에 잠을 자면 낮에 봤던 끔찍한 사진의 모습들이 꿈에서 나타나기도 해서 몇 번이나 그만두려고도 했죠. 하지만 그것도 익숙해지니 현장 사진에 아무런 감정을 투여하지 않게 되었고 무덤덤하게 써 내려가게 되더군요.” 세상에는 많은 직업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직업들이 생긴 이유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왕 직업을 가지려면 일로써 대하는 사람들이 좀 밝고 긍정적이었으면 좋겠다.


일본의 한 변호사가 쓴 ‘운을 읽는 변호사’라는 책이 있다. 1만 명 정도의 의뢰인을 만나 사건을 변호하다 보니 사람들에게는 분명 운이란 게 작용함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운이란 스스로 만들어 가기도 하는데 그중 하나가 좋은 사람 주변에는 좋은 사람뿐이고, 나쁜 사람 주변에는 나쁜 사람뿐이라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건 무척 중요한 사실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행하기는 어려운 법인데 우리가 욕망을 절제하지 않고 끝없이 탐욕의 단계로 쫓아가다 보면 주변에는 어느새 나쁜 기운의 사람들이 모일 가능성이 크다. 근묵자흑이란 검은 것을 가까이하면 자신도 검게 물든다는 뜻이니 앞으로 나의 운을 가늠하려면 내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둘러보면 될 일이다.


좋은 사람들을 내 주변에 두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아무래도 그런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 곳에 가면 될 일이다. 노름판에 가는 것보다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기운의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경마장에 가는 것보다는 승마클럽에 가는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것이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매주 토요일 아침 8시에 모이는 영어토론 모임에 나간 적이 있다. 대체 어떤 사람들이기에 주말 아침 8시에 모이나 궁금했는데 대부분이 20-30대의 전문직군,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직원, 가끔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참여했다. 나중에 그들 간에 결혼을 하는 사람도 나오고 서로의 업무에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는 등 끈끈한 커뮤니티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유유상종이란 말을 떠올렸었다. 지금 내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없다면 내가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그게 내 운을 여는 만남을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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