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아무래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옆의 사람도 챙기게 마련이다. 개인이든 단체든 가진 게 없으면 아무래도 뜻을 펴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세상의 재화는 한정되어 있고 그것을 가지려는 사람들은 많다 보니 경쟁이란 게 생겨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파생된 학문이 경제학이다. 경제학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것을 얻자는 사상이 깔려있다. 얻고자 하는 것은 돈과 권력, 명예가 대표적이지만 생각을 좀 더 확장해 보자. 왜 인간은 돈과 권력, 명예를 얻고자 하는가? 혹시 그것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자유를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돈이 많으면 자유롭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꽤나 많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도 있듯이 내가 가진 것들을 남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봐주는 자체를 즐긴다. 권력도 상당히 매력적인 대상이다. 특히 권력은 자유에 더욱 가까운 속성이 있다. 권력자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은 무한대의 권력을 지향하는지도 모른다. 디즈니 만화영화 ‘알라딘’의 마지막 장면이 권력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결국 알라딘으로부터 램프를 빼앗는 데 성공한 악당 자파가 지니에게 요청한 세 가지 소원은 이러했다. 첫 번째는 술탄(왕)이 되게 해 달라. 두 번째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가 되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 그쳤으면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먹고 잘 사는 걸로 끝났을 텐데, 알라딘의 신경 그슬리는 말에 그만 넘어가고 만다. “넌 대단한 마법사임에 틀림없지만 어차피 지니보다 못한 이인자에 불과하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라 자파는 마지막 소원으로 지니보다 몇 천배는 강한 전지전능한 힘을 달라고 소원한다. 그 결과는 알다시피 전지전능한 힘은 얻되 영원히 램프에 갇히는 운명이었다. 최근 세계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푸틴이 쏘아대는 미사일을 보면서 저런 권력의 자리에 있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하긴 하다.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이 권력을 누리려는 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인간의 속성은 아닐까.
이에 비해 명예는 좀 특이한 대상이다. 돈과 권력이 어느 정도 동물적 속성인 반면 명예는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이다. 어느 동물이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단식을 했다거나 스스로 자결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명예는 인간이 만들어 낸 집단 상상의 산물 같다. 노벨상이란 게 상패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왜 명예를 욕망의 대상으로 삼았을까? 이에 대해 심리학은 인간의 ‘잊힘에 대한 두려움’을 내세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지만 명예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방법으로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이다. 명예를 위해 죽음도 선택하는 것을 보면 이 또한 강렬한 욕망이긴 하다.
만일 한 인간이 돈과 권력, 명예를 다 가졌다면 그다음 추구할 대상은 무엇일까? 어쩌면 더 이상 추구하지 말고 거기서 멈추어야 할 것 같다. 알라딘의 자파처럼, 러시아의 푸틴처럼 멈출 줄 모르고 더한 것을 추구한다면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파괴에 이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