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네이버 블로그 글쓰기 1000회를 달성한 소회를 적은 글입니다. 브런치 연재와는 좀 다른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나에게 기념적인 날이다. 마침내 매일 글쓰기 천 일을 달성하였기 때문이다. 우선 축하의 인사를 건네자. 며칠 전부터 오늘의 주제는 정해져 있었다. 지난 천 일을 거쳐온 소회를 다루고 그간 부족한 나의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오늘은 어떤 식으로든 페이지를 다 채울 것 같지만 스스로를 인터뷰하는 식으로 가도 좋을 것 같다.
Q. 천일의 글쓰기를 달성하신 걸 축하합니다. 지금의 소회를 말씀해 주시죠?
A. 감사합니다. 무엇보다도 부족한 글을 받아주고 읽어주신 지인분들께 감사인사 올립니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천일 동안 글쓰기를 이어오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사람의 의지는 그리 믿을 게 못 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이번 글쓰기를 통해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Q. 글쓰기 천일 중에 중간에 끊어질 뻔했던 경우는 없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말씀해 주시죠.
A. 맞습니다. 여러 번 있었죠. 전날 술을 좀 과하게 마셨다거나 집을 떠나 객지에서 글을 쓸만한 상황이 아닌 경우도 생기곤 했죠. 그럼에도 그런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제목 앞의 숫자를 계속 이어가게 하는 관성의 법칙과 글을 받기로 한 지인들에게 오늘의 글을 보내 드려야 한다는 마감 압박 때문이었죠. 가장 기억나는 날은 두 번의 수술을 들 수 있겠네요. 한 번은 부정맥 시술로 꼬박 24시간을 누워 있어야 했고 또 한 번은 담낭 제거술을 받았던 때였어요. 당시에는 수술일자를 감안해 미리 써 둔 글로 잘 넘길 수 있었습니다.
Q. 어떤 일을 천 일 동안 지속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본인이 생각하는 방법 같은 게 있을까요?
A. 일단 힘을 빼고 멀리 안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천 일을 생각하고 글을 썼다면 못했을 겁니다. 그냥 오늘 하루를 뚜벅이처럼 하루하루 지내오다 보니 어느새 천 일을 지나게 되었네요. 지나고 보니 개인이 어떤 일을 할 때는 목표나 계획이 너무 구체적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략적인 방향이 정해지면 일단 뛰어드는 게 필요하고 일을 진행하다 보면 목표가 조금씩 구체화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당장 내일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살아 있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니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Q. 글쓰기 천 일을 지나왔는데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들은 어떤 게 있는지 말씀해 주시죠.
A. 네, 많이 달라졌죠. 여러 차례 제 글에서 언급한 것 같은데 글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직장 내에서 스트레스가 좀 있었어요. 오랜 기간 영업관리에 있다 보니 영업조직이 성과를 내는 프로세스를 알고 있는데 회사가 너무 단기성과 위주로 몰아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던 시기였죠. 당시에는 하소연할 데도 없고 답답한 마음을 글로 풀었는데 그게 치유의 효과가 있더군요. 그리고 글을 계속 쓰다 보니 전에는 생각을 못했던 작가라는 길이 보이더군요. 작가의 좋은 점은 나이 들어서도 계속할 수 있다는 것과 일상에서 스쳐 지나며 잊힐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매력에 이끌려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찾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문예창작 대학원 진학, 에세이집 출간, 브런치 작가 선정, 문단 등단에 이어 한국문인협회 회원까지 되었어요. 게다가 글쓰기가 평소 관심을 둔 유라시아 대륙이라는 주제와도 이어져 인터넷 신문사 창간 준비작업까지 하고 있으니 이 모든 게 글쓰기 덕분이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천일의 글쓰기는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었고 현 직장을 정년으로 마무리하는 시점에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어요. 그런 면에서 코로나 이후 영업부진으로 인한 후선 직무로의 전환은 좋은 기회였다 여겨지니 인생사 새옹지마란 생각도 듭니다.
Q.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시죠.
A. 앞으로도 글은 계속 이어갈 예정이지만 1000회 이후부터는 토, 일요일 주말의 연재는 쉬는 날로 잡으려 합니다. 그간 너무 리듬 없이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학원은 마지막 학기지만 뜻을 함께 한 분들과 결성한 글쓰기 모임은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올해 안에 준비 중인 책 출간도 마무리 지을 생각입니다. 이번에 영리법인으로 출범한 인터넷 신문사 창간을 마치면 운영 실무와 편집일을 맡게 될 것 같고 최근 합류한 작가모임을 통해 지자체와 문화단체의 강사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생각으로는 읽고 쓰는 리터러시 분야에서 뭔가는 계속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은퇴 후에는 좀 여유 있는 시간을 누릴 거라 생각했는데 벌여놓은 일들을 생각하니 그럴 시간이 있으려나 싶긴 합니다. 그래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노동이라기보다는 놀이라 여기기로 했습니다. 지난 천일 동안 저의 글과 함께 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 주시고 모두들 평안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