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족한 것을 채우려 한다. 부자가 되는 법에 관심이 크면 지금 나에게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리더십에 자꾸 끌린다면 나에게는 리더십이 없고 그런 자질을 지니고 싶다고 인정하는 셈이다.
‘인생의 목적’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게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뭘 포기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거다.’ <신경 끄기의 기술> 중에서
동서양의 사고체계에는 이런 차이가 있다 한다. 서양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있으면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힘을 쏟지만, 동양은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힘을 쏟는다는 것이다. 원만한 인간상을 목표로 하는 것이 동양이라면 어느 분야에서건 탁월한 인간을 꿈꾸는 것이 서양인 것 같다. 뭘 해야 할지 모른다는 건 뭘 포기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라는 말에서도 그러한 서양적 사고체계가 느껴진다. 반면 억강부약(抑强扶弱)은 강한 것을 누르고 부족한 것을 돋운다는 의미로 동양적 사고이다.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좋은 것은 어느 날 거울을 봤을 때 ‘내 인생 이만하면 되었다’는 마음이 든다면 좋은 것이다. 각자가 정한 기준은 다르겠지만 ‘내 인생 이만하면 되었다’는 수준이 되려면 무언가를 얻어서 되는 법도 있겠지만 안 되는 건 일찌감치 내려놓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Not To do list’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To do list’보다도 좀 더 강력해 보이는데 우리의 심리는 이익보다도 손실에 더 민감하다 보니 하지 말라는 것에 더 주목하게 되는 것 같다. 50대에게 필요한 ‘Not to do list’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는 ‘이제부터는 너무 인정받으려고 애쓰지 말자’이다. ‘길가에 핀 한송이 들꽃처럼 그렇게 평범하게 살다 가겠다’는 마음을 내어 보자. 경쟁을 싫어하는 성향도 있겠지만 이 나이까지 남들과의 비교와 경쟁에 힘을 빼느니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보자. 인생의 남은 3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오늘 하루는 그럭저럭 살아질 것이다. 잘나 보이고 싶지 않으니 크게 무리할 일도 없다. 50대 중반 이후에는 그렇게 살아도 될 것 같다.
둘째, ‘나와 인연 된 사람들을 아프게는 하지 말자’이다. 사랑한다거나 소중히 한다까지는 못하더라도 나로 인해 아프게는 말아야겠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왜 하필 많고 많은 사람 가운데 그 사람이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인연이기도 하다. 그러니 맺어진 인연에 대해 좋은 기억까지는 아니어도 나쁜 기억은 남기지 말아야겠다. 그게 말이든 표정이든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부드럽게 해야 할 이유이다.
셋째는 ‘현실을 부정하지 말자’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 머리도 빠지고 흰머리도 조금씩 나타난다. 건강건진을 받으면 어딘가 하나 수치가 비정상적이니 조심하라는 얘기도 듣는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보다는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요즘 들어 해봐야 아는 일도 있지만 안 해봐도 알 것 같은 일들이 자주 보인다. 꼰대식 사고라기보다는 경험에서 우러난 기시감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껏 살아온 경험에 발목 잡혀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는 말자. 다만 속도는 조절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