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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 내가 할 거야…!!??

by 장용범

최근 아이폰을 바꾸고 나서 마음에 드는 마인드 맵 유료 어플을 새로 깔았다. 내가 설치한 어플 가운데는 다이어리나 프로젝트 툴 등 생산성 관리나 학습 관련 어플이 많은 편이다. 업체들도 교묘하게 처음에는 무료로 사용을 권유하다 익숙해질 무렵이 되면 꼭 유료로 전환을 유도한다. 그렇게 수년간 지속하다 보니 이제는 휴대폰을 안드로이드로 바꾸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바꾸면 새로 어플을 깔아야 하고 일부는 돈을 다시 지불해야 한다. 나는 어플을 유료로 까는 것에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개발자의 노고도 있을 것이고 그 이상으로 뽑아내면 된다는 생각도 있어서다. 가끔은 아주 훌륭한 어플인데 무료인 경우가 있다. 카카오톡이나 구글, 네이버 같은 어플들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선량한 자선 사업가들은 아니다. 내가 있는 위치까지 포함한 많은 정보들을 그들에게 제공한 대가로 서비스를 받는 조건이다. 이런 생태계를 만든 스티브 잡스 같은 이들이 참 대단해 보인다.


최근에는 구독형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제는 자동차도 구독하는 시대라고 한다. 일정기간 사용하면 새 차로 바꿔주는 방식이 있다 하니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개인이나 기업이 무언가를 하나 만들어 그로 인해 일정한 캐시플로가 들어오는 방식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나는 가만있는데 누군가가 자꾸 돈을 가져다주는 셈이다. 오늘날 많은 비즈니스의 지불방식은 일시불로 지급하는 경우가 드물다. 비싼 물건일수록 소비자는 소유의 욕망을 먼저 채우고 지불해야 할 돈을 매월 일정 금액씩 나누어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할부를 참 싫어하는데 나의 소득에 나도 모르게 누군가가 손을 대는 것 같아서다.


심리학에서는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나 동물에 있어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실패를 많이 경험하면 스스로 무기력해져서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다른 일에서도 아예 노력을 않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건 그 자신이 어떤 사안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의미이다.


실패뿐 아니라 성공을 경험해도 ‘학습된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보상을 받는데 왜 받는지 모를 때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귀하다 보니 자녀가 원하는 건 웬만해선 다 해주려고 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그것을 아이에 대한 선물로 보상하려고도 한다. 모든 것을 부모가 알아서 해줄 테니 너는 가만히 있으라 하면 아이에게는 또 다른 ‘학습된 무기력’을 강요하는 셈이다. 오죽했으면 회사의 인사부에 까지 어머니가 전화를 해서 아들의 인사상담을 한다고 할까. 그러니 보상에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


통제감 가운데는 ‘착각적 통제감’도 있다. 실제로는 통제할 수 없음에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흔히 말하는 징크스 같은 것이다. 야구선수 이승엽은 홈런을 친 날이면 그날 자신의 유니폼을 저녁에 빨아 다음날 경기에 다시 입었다고 한다. 어떤 이는 자신만의 특별한 의식을 치르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로 인해 상황을 통제한다는 아무런 근거는 없다. 효과라면 심리적 안정 같은 것이다.


요즘 들어 내 삶의 통제감을 돌아보게 된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그로 인해 다소 바빠지는 면도 있지만 그런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다. 자신감이란 ‘자기 유능감’과 ‘자기 결정감’의 합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유능감은 어떤 것을 처리할 수 있는 개별적 능력이고, 자기 결정감이 여기서 말하는 삶에 대한 통제감과 관련 있을 것 같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더 이상 기대하는 바가 없다면 나는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그 상태가 자기 통제감이 고조될 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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