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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 양쪽을 보고 판단하자

by 장용범

프로파간다 즉 선전선동은 현대전의 핵심이기도 하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국내에 보도되는 내용들을 보면 러시아가 수도 키예프를 조기에 점령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서방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의 내부 위기가 심각하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그런 보도를 볼 때마다 왜 러시아가 키예프를 꼭 점령해야 할까라는 게 의문이었다. 지금이 중세시대도 아니고 왕이 있는 성을 함락시키면 전쟁이 끝나는 건 더더욱 아니다. 사실 러시아가 수도 키예프를 꼭 점령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리고 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보도에도 어려움이야 있겠지만 정권이 금방 무너질 정도로 어려울까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가만히 보면 러시아 경제제재로 어려움에 처하는 건 오히려 유럽인 것 같다.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을 통제하니 전체 유럽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양국 간의 분쟁은 늘 한정되어 있는데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이었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대서양으로 나갈 수 있는 흑해함대가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그런데 지금 국내에 보도되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내용을 보면 미국의 관점을 그대로 보여주듯 러시아가 곤경에 처했다는 내용과 우크라이나 젤린스키 대통령의 얼굴만 나오고 있지 푸틴이나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전쟁은 상대가 있는 법인데 한쪽의 소식만 전달하면 올바른 판단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전쟁으로 인해 어쩌면 미국이 세계적 패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가하니 유라시아 대륙의 두 나라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었는데 러시아와 중국이다. 하필이면 두 나라가 모두 미국에 반하는 정서를 가진 나라들이다.


러시아에 가하는 경제제재는 금융제재이다. 그런데 두 나라가 차지한 영토의 규모는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안에 묻혀있는 자원들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러시아에서 애플이 철수하면 샤오미폰을 쓰면 되는 형국이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맞붙은 새로운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누구에게 승산이 있을까? 코로나 초기 마스크 대란에서도 보았듯이 당연히 산업자본에 유리하다. 금융은 사람들의 인쇄된 종이에 대한 믿음에 불과하지만 자원과 산업은 눈에 보이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스위프트 금융제재도 효과가 반쪽인데 엄연히 중국이 만든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전황은 국내에 보도된 것과 다른 양상일지도 모른다. 한 인터넷 언론사에서 본 ‘이해영 칼럼’에서 알 자지라, 인도, 터키의 보도를 참고한 현 전황에 대한 다른 시각을 볼 수 있었다.


* 처음도 끝도 러시아를 위한, 러시아에 의한 전쟁으로 진행

* 휴전 조건으로 유력시되는 6개 항은 대부분 러시아 요구사항

* 전투는 러시아의 중규모 대대단위 전술의 승리로 보여

* 키에프 공격은 남부 돈바스 지역 장악 위한 ‘성동격서’

* 북부 전선은 미끼였다

* 아랍, 프랑스, 인도, 터키, 이스라엘, 브라질은 독자적 시각과 해석

* 한국 언론은 왜 우크라이나 발표, 서방언론 보도의 최종 하치장인가?

-> ‘인터넷 신문 <피렌체의 식탁>에서


5차 평화협상에서 흘러나온 협상의 분위기는 이러하다고 한다.


1. 우크라이나의 독립에 대한 국제적 보장 하에 핵무기 소유를 포기하는 중립국이 될 태세가 되어 있다

2. 이 국제적 보장은 돈바스 지역과 러시아 소유 크림반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키예프 정부는 크림반도를 군사적으로 재 합병할 의사를 공식적으로 포기한다

3. 우크라이나에는 나토군과 러시아군을 포함 어떤 외국군도 주둔할 수 없다

4.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다

5. 키예프 정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국 정상에 의한 최종 협약을 통해 공식할 것을 요청한다.


위에서 보듯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는 국제 안전보장 대상지가 아니라고 합의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이제 전쟁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고 협상은 조만간 타결될 것 같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손잡고 있는 한 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가 그렇게 어려워질 것 같지는 않다. 루블화의 폭락이라고 하지만 이미 러시아는 푸틴이 처음 집권하던 시절 화폐개혁을 단행한 경험이 있는 나라이다. 판을 허물고 새로운 화폐를 내세울 수도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러시아는 원하는 것을 다 얻게 되고 금융제재를 가했던 미국을 비롯 서방세력만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국내 언론조차 전쟁의 한쪽 이야기만 전달하는 가운데 지나치게 미국에 편향적인 외교정책이 우려되는 이유이다. 미국과 그렇게 친한 이스라엘이 왜 대 러시아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았을까를 생각해 볼 문제다. 새로운 정부가 조선시대 병자호란처럼 명나라에 대한 신의를 지키려다 새로 등장한 청나라에 호되게 당하지는 않을지 염려된다. 국익 우선을 내세우려면 무엇보다 상황판단이 정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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