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 밖으로 나와야 한다. 문제 안에서 문제를 보면 해결 방법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저 마다 자신의 문제가 가장 커 보이는 법이다.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 준수를 두고 우리 부서와 영업, 상품개발 부서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았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수위를 낮추고 싶겠지만 이쪽 부서의 상황에선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결이 되지 않고 지지부진 시간만 끌고 있어 대표이사 주관 회의에 어젠다로 끌고 갔다. 거의 40분 정도 갑론을박이 펼쳐지더니 마침내 대표께서 정리를 해주신다. 도입은 해야 하니 모두가 협력하라는 말에 그간의 갈등이 일순간 정리가 되었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왔는데도 사전 언질도 없이 공론화시켜버리면 어떡하냐고 항의성 전화를 받았다. 그리 안 하면 해결이나 되었을까 싶었지만 일단 이해해 달라고 달랬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할 땐 더 상위단계에서 가르마를 타 줘야 일이 진행된다. 그것이 리더십이다. 일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경우가 결정을 하지 않는 리더를 두었을 때이다. 물론 이해는 된다. 직위가 올라갈수록 그가 내리는 의사결정에 파급효과가 크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럽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리더에게 다른 직원보다 큰 보상을 하는 이유기도 하다.
요즘 나의 문제가 뭐냐고 묻는다면 딱히 이렇다 할 문제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지금 이대로도 좋다이다. 그런데 이게 참 이상하다.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 나의 문제를 찾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남들 다 지니고 있는 문제가 나에게 없을 리 없다는 듯 이리저리 찾아본다. 그래도 없다면 그냥 그 상태를 편히 즐기면 될 터인데 이번에는 이래도 되나 싶다. 늘 어떤 문제가 생겨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별 문제가 없는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이럴 경우 해결방법은 두 가지다. 그 상태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좀 지나거나 아니면 스스로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문제라는 말이 부정적이면 그냥 과제라고 해두자.
영업에 근무하는 사람이면 월말을 쫓기듯 살아가게 마련이다. 월초에 있을 전월 마감보고에서 상사에게 추궁당하는 상상을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다. 지금이 월초여서 각 영업부서에서는 마감보고 일정이 잡혀 있는 모양이다. 직장생활 대부분을 영업에 있다 보니 마감보고 회의 분위기를 잘 안다. 지금은 내부통제 부서에 근무하고 있어 월말 지내기가 훨씬 수월해졌지만 확실히 긴장감은 이전에 비해 좀 떨어졌다. 일이 이전에 비해 수월해졌으니 이 상태를 온전히 누리는 방법도 있겠고 새로운 과제를 찾아 나서도 되지만 이것도 병인지 뭔가 새로운 일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아무래도 창업형이지 수성형처은 아닌 것 같은데 확실히 루틴 한 상황보다는 뭔가 변화 있는 상황을 즐기는 면이 있다. 그도 나쁘지는 않은 게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의 짜릿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편히 쉬는 것은 죽고 나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테니 살아있는 동안에는 과제를 만들어 내고 처리하는 일을 할 것 같다. 어쨌든 한 사람의 활동으로 자신이 성장하고 주변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면 그 인생은 나름 잘 살았던 인생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