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12. 이건 비즈니스다

by 장용범

다소 바쁜 주말이었다. 그중 하나가 현재 진행 중인 인터넷 신문 창간호 편집회의였는데 각자의 본업이 있는 분들이다 보니 주말 말고는 모일 시간이 없었다. 사무국장인 내가 시간 조율부터 장소 섭외까지 실무적인 일들을 해야 했다. 창간호에 실을 각자의 아이디어와 집필진을 선정하고 원고료 채택에 관한 얼개를 짜고 나니 예정된 시간에 맞춰 얼추 마무리가 되었다. 아무리 선한 일이라 해도 돈이 없으면 하기 힘든 법이기에 실무자 입장에서 가능한 재정상태를 고려해야 했다. 편집위원들은 교수, 언론인, 퇴직한 공직자 그리고 자산운용사 대표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회의 안건 중 다른 것들은 별 무리 없이 진행되었으나 마지막 원고료 책정 단계에서 서로 이견이 나왔다. 급여생활자와 사업체를 운영하는 분의 관점 차이였다. 급여생활자들은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원고료를 최대한 낮게 책정하고 지인들에 대해서는 무료로도 요청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분이 그래서는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을 필자들에게 지급해야 앞으로도 양질의 원고를 계속 받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렇게 받아낸 원고로 차별성 있는 내용을 담고 최소 계간지 정도의 종이 잡지도 발행해 법인 회원을 확보해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사업은 지금의 가용자산 범위 내에서 비용을 책정해선 안 되고 앞으로의 수입을 얼마나 늘릴 것이고 그것을 감안해서 비용을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편집위원들의 면면이 교수, 언론인이라고는 하나 모두 월급쟁이들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영업부문의 경험으로 나름 사업 마인드는 있다고 여겼는데 사업체를 직접 운영하며 온갖 풍상을 겪은 진짜 사업가의 마인드에는 범접할 수 없었다.


저녁 시간 그 대표님에게 내가 받은 느낌을 전했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나마 회사의 영업부문에 종사하면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것의 한계는 내가 실패해도 죽지는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일이죠. 하지만 사업하는 사람들은 매번 죽을 수 있다는 심정으로 살아갑니다. 이순신 장군이 23번 출전을 할 때 매번 죽으러 간다는 마음으로 나섰듯이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번 건으로 내가 쫄딱 망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면이 있죠.”


텔레비전에서 보는 요리 프로그램과 내가 직접 요리하는 것이 다르듯이 급여생활자와 사업가의 마인드는 일과 현금흐름에 대한 관점부터가 달랐다. 사장이 직원에게 주는 급여는 ‘굶어 죽지는 않지만 부자는 될 수 없게’ 주는 것이 적정한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일요일 늦은 오후, 각자의 분야에서 바쁜 분들이 시간을 낸 편집회의에서 이건 비즈니스라는 관점을 가지게 한 작은 에피소드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