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끊은 지 제법 되었다. 계기는 ‘뉴스 다이어트’라는 책 한 권이었다. 그 책을 읽고 스스로를 돌아보니 아침에 상쾌한 기분이더라도 뉴스를 대하면 금새 얼굴이 굳어가는 것을 느꼈었다. 그렇다고 세상 소식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세간의 이슈가 되는 일들은 이미 뉴스를 본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하며 들려주기 때문이다. 처음엔 뉴스를 아예 안 보고 지내도 되나 싶었지만 처음 며칠간 시도해 보니 뉴스는 아예 안 보는 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느껴졌다. 세상의 뉴스는 대부분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을 그리고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들을 보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뉴스를 적극적으로 거부해도 뉴스는 그냥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 늘려있는 모니터에는 수시로 그날의 주요 뉴스를 단신으로 내보내고 있어서다.
그런 내가 인터넷 신문사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어떤 일이든 나름의 목적이 있으면 의미는 생기는 법이다. 사실 이름만 신문이지 뉴스보다는 특정 이슈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론이나 칼럼 위주로 편성될 것 같은데 그 때문에 상업적이거나 대중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현실 감각에 젖어있는 나로서는 요즘같이 책 읽는 사람들도 줄어드는 시대에 누가 딱딱한 평론이나 칼럼을 읽겠나 싶었다. 이런 우려를 함께 일을 진행하는 주변 분들에게 전했더니 돌아오는 말이 이랬다.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이해는 균형이 잡혀야 하는데 미국이나 서방의 입장만 대변하는 뉴스만 접해서는 지구 상의 나머지 절반에 대해서는 무지한 게 아니겠느냐. 그러니 세상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매체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돈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굳이 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집필진들의 면면이 모스크바 대학이나 페테르부르크 대학 같은 러시아 유학파들이거나 외교관들이 될 것이고 이 분들이 그다지 친미 성향은 아닐 것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도 그렇다. 국내 언론 대부분이 그렇게 러시아 경제제재를 보도하며 러시아는 이제 큰일 났다, 디폴트 될 것이라고 떠들었는데 정작 지난 1분기 러시아의 경제성적은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역대 최고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정보의 괴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회사라는 조직이 추구하는 핵심가치 중 하나가 수익을 내는 데 있다. 그 가치를 늘 염두에 두고 직장생활을 해온 나에게 대중성도 없고 수익이 날 것 같지도 않은 인터넷 신문 창간에 뛰어든 이유는 하나인 것 같다. 비록 돈이 안될 것은 알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할 것 같으니 만든다는 뜻을 가진 분들에게 끌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이라는 자본주의의 대표적 산업분야에 머물면서 조금이라도 자신이 손해 보면 벌떼같이 달려드는 영업인력들을 관리했던 나의 이력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니까 만든다는 열정을 가진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