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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어느 1인 기업가의 조언

by 장용범

얼추 7년 정도는 된 것 같다. 당시 에버노트라는 프로그램에 끌려 주말에 특강을 들으러 갔던 적이 있다. 그때도 꽤나 영향력 있는 파워 블로그이면서 작가로 활동하시던 홍순성 대표라는 분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그분의 다른 강의도 듣게 되고 간간히 연락을 이어가던 사이가 되었는데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점심을 함께 할 기회를 가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은퇴를 앞두다 보니 1인 기업의 운영에 관해 궁금증이 많았다. 본인의 체험을 담은 ‘나는 1인 기업가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고 덕분에 서울시의 일자리 창출 자문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분이라 배울 점이 많았다.


1인 기업가는 파트너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비즈니스 관계와 파트너 관계의 차이점이 뭐냐고 되물었다. 홍 대표의 답변을 듣고 정리하자면 비즈니스 관계는 비즈니스가 끝나면 관계가 끊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파트너 관계는 평소에도 일정한 연결이 유지되다가 어떤 프로젝트가 생기면 전문 분야의 파트너들이 함께 일을 수행하고 끝나면 팀은 해체 하지만 연결은 여전히 유지되는 상태로 이해했다. 그런 면에서 1인 기업가는 관계망에서 허브(HUB) 역할을 하게 되며 당장은 도움이 안 되지만 나와 연결되어 있는 A와 B를 연결하는 중개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것 같다. 한 마디로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상생의 원리가 1인 기업가의 파트너를 대하는 자세였다.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과 비슷한 개념이었다. 평소에는 별도 소속 없이 각자 독립적인 일들을 하고 있지만 어떤 영화를 찍게 되면 촬영팀, 소품팀, 분장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들어 영화를 제작하고 끝나면 제작팀을 해체하는 방식이다. 이런 형태의 비즈니스는 개인의 전문성도 있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네트워킹도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특정 일을 일정한 수준으로 해내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왜 하필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는 네트워킹 말고는 답이 없다.


역으로 나의 근황을 궁금해 하기에 은퇴를 앞두고 회사일 외에 재미에 끌려하고 있는 활동들을 언급했더니 거의 1인 기업의 2단계 수준이라고 했다. 아직 비즈니스 단계로의 확장은 안 일어났지만 여기서 좀 더 나가면 파트너 관계로 발전할 여지가 있고 네트워킹 된 분들과 사업적으로도 도움을 주고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생각을 못했던 부분이었다. 대부분은 2단계에서 흐지부지 흩어지고 마는데 파트너 단계로까지 성장하면 기존의 관계에 대하여 비즈니스 기회도 생길 거라는 조언을 받았다. 그 말을 들으니 사람들과 네트워킹의 단계에 머물지 않고 함께 성장하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게 된다. 일종의 화두를 하나 받은 셈이다.


1인 기업가의 근무환경은 공유 오피스를 활용하거나 카페에서 일하기도 하는 등 일터가 따로 있지 않은 특징이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게 ICT 기술 발전으로 각종 클라우드 환경과 SNS 등을 활용할 수 있고 오프라인 모임이 필요하면 공간을 대여하여 회의와 세미나 등을 열 수도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어서다. 결국 1인 기업가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네트워킹 내에 있는 파트너들이 확대된다는 것과 이들과 서로 돕고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느냐의 여부일 것 같다.


현재 내가 구성했거나 참여하고 있는 네트워크들이 몇 가지 있다. 처음에는 그냥 공통된 끌림이 있어 진행되었던 모임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구성원들의 뛰어난 능력들을 알게 되고 지금보다는 조금 발전된 형태가 필요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어제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역시 좋은 만남은 좋은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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