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1인 기업가인 홍 대표와 만나면서 술친구 이야기가 나왔다. 직장인과 달리 1인 기업가들은 인근 동료가 없어 밥친구나 술친구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때 나왔던 얘기가 술친구는 주로 동네 사람들이라기에 마침 서로 이웃한 사이라 한 번 불러 달라고 했다. 오후 늦게 잡힌 회의를 마치고 퇴근길 정체를 뚫고 좀 늦게 도착했다. 홍 대표께서 소개해 준 분은 동아일보에 근무하다 최근에 한겨레 신문사의 자회사로 자리를 옮긴 분이었다. 처음 보는 사이라 서먹서먹할 수도 있었지만 술이 매개가 되니 다양한 화제가 이어졌다. 특히 그분을 통해 배낭에 야영장비를 지고 조용한 산속에서 자고 오는 백패킹을 알게 되었는데 그 재미가 남달라 보였다. 국내의 산속에서 텐트 치고 야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어 흥미가 더 했다. 웬만큼 알려진 산들은 불가하고 백패킹 마니아들에게 허용된 산들은 따로 있나 보다. 보통의 캠핑 같으면 먹을 것을 잔뜩 싸들고 가 사람들과 한바탕 어울리고 내려올 것 같지만 백패킹은 먹을 것을 최대한 적게 가져가야 산속에서 처리 곤란한 배설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인적 없는 고요한 산속에서 산짐승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야영을 하는 게 어떤 느낌일지 알 수는 없지만 익숙한 문명을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백패킹 인구들은 점차 늘고 있나 보다.
두 분이 콘텐츠를 매개로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이라 업계의 흥미로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콘텐츠 업계는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능력보다는 기획안이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비록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떨어져도 기획안이 훌륭하면 공동저자가 되거나 전문 작가를 고용해서라도 콘텐츠를 세상에 낼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이 떠 올랐다. 이제 인공지능은 창작자처럼 소설이나 신문기사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음악까지 작곡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 경우에 작가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좀 혼돈스럽긴 하다. 전문 작가를 고용해 내가 의도하는 바를 표현하는 것이나 인공지능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나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아서다. 그러고 보니 가수 조영남의 화투 그림이 생각난다. 조영남은 화투를 그린다는 기획안과 구도만 잡아주고 색채를 입히는 등의 실제 그림 작업은 다른 작가가 완성했다고 한다. 근래 인공지능은 상황을 문장으로 전달하면 그대로 그림으로 나타내는 능력으로까지 발전했다고 하니, 나 같이 그림 못 그리는 사람도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앞으로 수년 후 내가 작업하는 환경을 그려 보았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주변에 있고 이러저러한 소설을 지어보라고 입력하면 알아서 소설 작업을 하고 그것을 웹툰으로 그리라고 하면 척척 그림을 그려내는 상황이 떠오른다. 그런 시대에는 정작 중요한 것이 창의적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될 것 같다. 나머지 작업들은 인공지능에게 맡기면 될 터이니 말이다. 사람들이 콘텐츠에 돈을 내고 소비한다는 것은 그 결과물이 아니라 그 안에 녹아든 작가의 상상력과 경험을 구입하는 것이란 어제의 말에 공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