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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 스스로 체크해 보다

by 장용범

아내가 냉장고에 붙여 둔 한 장의 종이에 시선이 갔다. “자아실현에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들”이라는데 ‘By 매슬로우’로 보아 인간의 욕구를 단계별로 구분했던 그가 최상의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를 느꼈나 보다. 사실 ‘자아실현의 욕구’는 다른 욕구 단계에 비해 좀 뜬구름 잡는 느낌도 든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 대한 내용이다.


‘사람은 가장 기초적인 욕구인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를 맨 먼저 채우려 하며, 이 욕구가 어느 정도 만족되면 안전해지려는 욕구(safety needs)를, 안전 욕구가 어느 정도 만족되면 사랑과 소속 욕구(love&belonging)를, 그리고 더 나아가 존경(인정) 욕구(esteem)와 마지막 욕구인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를 차례대로 만족하려 한다는 것이다. 즉, 사람은 5가지 욕구를 만족하려 하되 우선순위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욕구부터 차례로 만족하려 한다.’_<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자아실현에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 어떤 특징들이 있는지 그리고 나는 어느 정도 부합되는지 점검 차원에서 하나하나 대입해 보았다.


01. 현실 중심적이다.

-> 음, 나름 부정하진 않겠다. 때론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남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게 문제지.


02. 문제해결 능력이 강하다. 어려움에 괴로워하거나 도망가려고 하지 않는다. 어려움과 역경을 문제해결을 위한 기회로 삼는다.

-> 괴롭고 도망가고야 싶다. 비록 가슴은 쿵쾅거리지만 그래도 맞짱은 뜨는 것 같다.


03. 수단과 목적을 차별하지 않는다. 목적으로 수단을 정당화 하지 않는다. 또 과정이 결과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세를 갖는다.

-> 나이에 따라 달라졌던 것 같다. 50대 중반이고 사회적 성적표가 어느 정도 정해지니 과정의 중요성을 보게 되었지 이전에는 모든 게 결과 중심으로 돌아갔었다. 요즘의 생각은 과정에 집중하면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입장이다. 고양이가 꼬리를 잡으려면 애만 태우지만 제 길을 가면 꼬리는 그냥 따라오듯 말이다. 그럼에도 ‘진인사대천명’을 수용하게 된다.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나이가 되었다.


04. 사생활을 즐긴다. 남들과 함께 하는 시간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에 종종 더 편안함을 느낀다.

-> 좀 그런 면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할 수 도 있기에 혼자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계속 혼자라고 하면 그건 좀 아니겠지.


05. 환경과 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과 판단에 더 의존한다.

-> 영향이야 받겠지만 젊을 적에 비해선 분위기에 휩쓸려 하는 일들이 많이 줄어들긴 했다.


06. 사회적인 압력에 굴하지 않는다.

-> 5번과 비슷한 맥락이다.


07. 민주적인 가치를 존중한다. 인종,문화,개인의 다양성에 열린 자세를 취한다.

-> 좀 그런 편이다.


08. 인간적이다.

-> 나는 그런 것 같은데 한 번씩 냉정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사안에 따라 좀 다른 것 같다.


09. 인간관계를 깊이 한다.

-> 몇몇의 사람에 대해서는 그런 면도 있지만 그렇다고 관계에 집착하지는 않는 것 같다. 스치고 가는 시절 인연이라 여기는 정도이다.


10. 공격적이지 않은 유머를 즐긴다. 자기 자신을 조롱하는 유머를 즐겨 사용하고 남을 비웃거나 모욕하는 유머는 삼가한다.

-> 좀 썰렁한 농담을 하는 편이다.


11. 자신과 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남을 가르치거나 바꾸려 하지 않고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있는 그대로 둔다.

-> 사람은 남이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수용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리 된 것 같다. 내가 남의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12. 자연스러움과 간결함을 좋아한다. 인공적으로 꾸미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 복잡한 걸 싫어하는 성향이긴 하다. 그렇다고 내가 정리정돈을 잘 하는 것 같지는 않다.


13. 풍부한 감성을 가진다. 주위의 사물을 평범한 것일지라도 놀라움으로 바라볼 수 있다.

-> 가끔 그렇다. 아마 누구라도 그렇지 싶다. 확실한 건 매일 글쓰기를 하고서 부터 일상을 좀 더 자세히 살피게 되었다.


14. 창의적이다.

-> 어쩌면..


15. 최대한 많은 것을 알고 경험하려 한다.

->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은퇴 후에도 이것저것 배우고 경험하느라 무료하지는 않을 것 같다.


매슬로우의 위의 특징들을 나에게 투영해 보니 자아실현이라는 말을 쓰기엔 좀 거창하지만 지금 이대로도 그럭저럭 잘 지내는 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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