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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손님들

by 장용범

키르기스스탄에서 손님들이 오셨다. 유라시아 평론의 김 교수님이 아시는 분들이다. 정부의 북방정책위원의 일도 맡고 있는 교수님이 재작년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했을 때 알게 된 분들이라고 한다. 정부차원의 일은 아니고 그쪽의 자녀들이 한국에 관심이 많아 유학까지 고려하고 있어 진학할 학교를 미리 알아보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방문이었다. 주중 학교 강의도 해야 하는 교수님의 입장에선 그분들을 풀타임으로 케어하는 것이 무리라 여기셨는지 유라시아 평론의 다른 위원들에 도움을 청하셨다. 여기에 다른 위원들이 조금씩 시간을 내어 체류하는 4박 5일 동안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맡기로 했다. 체류기간 동안 통역과 기사까지 딸린 걸 보면 그 나라에서는 상당한 위치에 있는 분들임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와 딸, 두 아들이 함께 왔는데 유학을 원하는 이는 아들이라고 했다.


발음마저 어려운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는 나라이다. 이슬람이 국교지만 중동에 비해서는 종교에 많은 융통성도 보이는 것 같다. 나의 역할은 그 아드님이 진학하고 싶어 하는 대전의 카이스트를 반나절 동안 동행하는 일이 맡겨졌다. 저녁에 유라시아 평론 주최로 환영을 겸한 만찬을 준비했다. 메뉴가 한정식이지만 그분들의 입맛에는 별로 맞지 않는 것 같았다. 한국음식으로 준비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상대방의 입맛을 고려했어야 했나 싶었다.


남산 야경을 보고 싶다는 그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가는 곳에 길이 난다’는 말이 떠올랐다. 유라시아에 대한 관심을 품다 보니 그와 관련된 행사나 책, 모임을 자주 접하게 되었고 그런 가운데 여러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지만 사람을 안다는 것은 확장성이 매우 크다. 직항노선이 없어 알마티를 거쳐 여섯 시간 만에 도착했다는 그분들을 만나며 이 분들은 나와 무슨 인연인가 싶다. 세상에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일들이 참 많지만 한 가지만 보고 있으면 다른 게 잘 보이지 않는다. 나의 유라시아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재미있고 끌리니 계속하고 있다. 젊은 친구들이라 그나마 영어로 소통은 가능하지만 곁에서 유창한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김 교수님을 뵈니 은근히 멋있어 보인다. 손 놓았던 어려운 러시아어를 다시 시작해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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