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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 공항의 이별

by 장용범

공항엘 가면 문주란의 ‘공항의 이별’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지금까지 많은 가수들이 있었지만 여자 가수면서 그렇게 굵은 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경우는 문주란이라는 가수 말고는 보지를 못했다.

특히 ‘공항의 이별’ 가사 중에는 ‘구름 저 멀리 사라져 간~’이라는 대목을 들을 때면 어쩐지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멀리 구름 속으로 사라져 가는 모습이 그려지곤 한다. 그런 느낌으로 인천 공항을 다녀왔다. 3주간 미국과 캐나다 여행을 떠나는 딸아이를 배웅하러 간 것이다. 친한 고등학교 친구들이 특이하게도 캐나다와 미국에 유학과 인턴으로 가있는 상황이라 자연스레 이어진 먼 여행길이었다. 가는 건 좋은데 짐의 크기가 상상 이상이다. 이게 뭔 일이냐고 물으니 친구들이 부탁하는 것들을 대신 구입하다 보니 그리 되었다는데 거의 국제 보따리 장사 수준이다. 혼자서 들기나 할는지 의심스러운 커다란 가방을 부치고는 출국장에 들어서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이번 여행은 자신이 그간 모은 돈으로 경비를 충당했다기에 아빠 찬스를 발휘해 일부 금액을 지원해 주었다.


딸아이의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데 아내는 이 상황이 무척 생경하게 다가오나 보다. 이번 여행도 엄마에게 허락을 구하는 수준이 아니라 몇 일어날 친구가 있는 미국과 캐나다에 다녀올 거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툭 이야기했나 보다. 그러고는 어쩌나 봤더니 혼자서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현지의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더니 호텔 예약까지 마쳤다며 엄마의 역할이 없었다는 게 이상하다고 했다. “앞으로 점점 이러겠지”라며 다소 가라앉는 모습까지 보인다. 아빠인 나는 대견한 마음만 드는데 이게 엄마와 아빠의 차이인 가도 싶다. 딸아이는 친구의 부탁으로 무언가를 가지러 친구의 집에 들렀다고 한다. 그런데 외동딸인 친구의 아빠가 장문의 손편지를 써서 딸아이에게 대신 전달해 달라고 했다 한다. 구구절절 아빠의 마음을 담았나 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좀 덤덤한 편이다. 오죽했으면 아내로부터 ‘딸 천재’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을까. 천재라고 하기에 처음엔 좋은 말인 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아빠들은 딸에게 그냥 꺼뻑 넘어가 ‘딸 바보’라고들 하는데 나에겐 도통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딸 천재’ 아니겠냐고 했다. 그 말에 약간 골이 났는데 드러나는 정 보다도 숨은 정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억울한 항변을 했다.


예전에 아이들에게 유학까지는 보낼 수 없겠지만 외국여행은 권한다고 했었다. 다만 경비는 스스로 마련하되 아빠는 그 경비의 50~100% 수준의 금액을 별도로 지원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때로는 괜한 바람을 넣었나도 싶다. 이번의 경우처럼 외국여행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다. 사람들의 말처럼 여행은 가슴 떨릴 때 가는 게 좋다. 나의 경우를 봐도 점점 외국여행을 대하는 마음에 설렘이 사라진 것 같다. 때로는 이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이다. 이것은 나 스스로가 꼰대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증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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