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運)이란 한자를 풀이해 보면 군대(軍)가 가는(之)것이란 뜻이 된다. 왜 옛사람들은 운이라는 글자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군대가 가는 것. 일단 군대를 떠올리면 질서 정연하고 체계적인 인상을 준다. 그리고 군대는 아무런 목적 없이 이동하지는 않는다. 작전을 수행할 때면 정해진 장소와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도착해야 하는 것이 군대이다. 그렇지 못하면 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고 이는 적의 공격에 노출되어 전멸을 당할 수도 있다. 군대의 이동은 명령에 의해 가는 것이고 이는 병사의 개개인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다. 이런 군대의 특성을 운(運)에 비유해 보면 나름 비슷한 면도 있다. 운은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흐른다. 누구나 좋은 운을 원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운이 흐르는 것도 아니다. 운의 좋고 나쁨은 시간과 장소가 제대로 맞아야 일어난다. 많은 경우의 수 가운데 그 시간, 그 장소에 내가 있었기에 어떤 사건을 당하기도 하고 귀한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새로운 대통령의 공식 임기가 시작되었다. 이전 대통령과 달라진 점이라고는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겨 시작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오랜 기간 닫혀 있었던 청와대는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다. 당선인의 자격으로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겠다고 했을 때 그 짧은 시간에 그게 될까 싶었는데 기어이 해내고 말았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서는 그 동기와 절차가 석연치 않아 건진 법사의 무속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청와대의 춘추관 문이 활짝 열리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강남에 살며 윤석열 대통령을 이웃으로 두고 있는 한 직원은 아침 출근길이 평소보다 빨랐다고 하는데 대통령 첫 행차에 교통통제를 한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 것이 강한 운(運)을 지니기 위한 무속 때문이거나 말거나 그분의 임기 동안 국민들이 좀 평안하게 정치를 잘하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생명(生命)이라는 한자의 조어(造語)도 재미있다. ‘생(生)은 명(命)이다’는 뜻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산다는 것은 하늘의 명령’이라는 것이다. 생명체에게 있어 최고의 과제는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살아야 하는 게 생명의 본분이라는 말이다. 잘 산다 못 산다는 것은 그다음의 문제이다. 그리보면 잘 산다는 것은 살기에 좋은 여건이라는 뜻이고 못 산다는 것은 그러지 못하다는 뜻이다. 어느 주역강의를 보니 운이 강하다는 것은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내는 힘이 있다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나무보다는 동물이, 동물보다는 사람이 운이 강하다고 한다. 바위가 굴러올 때 나무는 피할 수 없으니 죽고 말지만 동물이나 사람은 스스로 피할 수 있다. 또한 동물의 경우는 종별로 지구 상에서 분포되어 있는 지역이 제한되지만 인간은 남극에서 북극까지 어디서든 환경에 적응하거나 바꾸며 살아가고 있으니 운이 더 강한 경우라고 한다.
결국 운이 강하다는 것은 어떠한 환경이 주어지더라도 살아낼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나를 환경에 적응시키든 환경을 나를 위해 바꾸든 방식에 상관없이 살아낸 디는 것이다.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살아낼 방법을 찾는 힘을 갖춘 사람이 운이 강한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사고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의 운이 더 강할 것 같다. 새로운 대통령이 당면한 대내외 환경이 녹녹지가 않다. 나는 그가 운이 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