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접했다. SK이노베이션에서 파격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내용인데 임원 아래의 모든 직원들을 단일직급으로 하고 승진제도를 없앴다는 것이다. 업무는 누군가에게 시켜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완결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사원-대리-과/차장-부장 같은 직급이 일순간에 없어진 것이다. 이 직급 타파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도 혁신적이라 저 회사의 근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출근했는데 책상의 배치에 상하 구분이 없다. 어제까지 나의 상사였는데 이제는 호칭도 단일하게 PM(Professional Manager)으로 부른다. 처음에는 사원도 부장도 불편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곧 익숙해질 것이다. 승진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으니 좋긴 하다. 이제는 동일직급이고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과업이 있을 것인데 당장 불편한 사람은 차장이나 부장 같은 사람들이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 직접 복사를 하고 기안하고 일의 시작과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것이다.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은 지극히 개인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이제까지 부서장이 그 부서를 챙기고 과장이나 차장이 자신의 직원들을 챙겼다면 지금부터는 각자의 역할을 스스로 수행하는 것이니 분위기는 좀 삭막해질 것도 같다. 그럼에도 사람의 감성은 무시 못하니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무리 짓는 것은 있을 것이다. 조직을 회사의 관점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경험을 이끌어 낸다는 것인데 이게 무서운 발상이다. 회사가 시키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일을 해야 하는데 개인의 모든 경험을 끄집어내어 결국 회사에 기여하라는 것이기에 겉으로는 자발적인 모습이지만 달리 보면 최고의 노동착취일지도 모른다. 어떤 형태로든 일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질 것이고 승진제도는 없으니 잘하면 돈으로 보상할 것이고 득이 안 되면 내보내는 것으로 할 것이다.
지금의 조직구조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결과라고 한다. 경영학이란 학문도 전쟁 이후에 생긴 학문인데 전쟁이 끝나자 당시 전쟁을 수행하던 많은 전시조직들을 민간기업이 수용하게 되고 군대조직과 같은 피라미드식 조직체계가 구성되었다.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다. 조직구조는 그 역할에 따라 구성을 달리 해야 한다. 군대 조직을 직급파괴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일반기업들의 경우는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지금은 정보통신의 발달로 빠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자원을 적시에 투입해 결과를 만들어 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여기에 직급체계는 하나의 걸림돌이 된다. 예전에는 높은 직급의 사람들이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강조할수록 꼰대 소리를 듣게 된다.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조직구조 개편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능력이 없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도태되는 구조일 것 같다. 그리보면 내가 전통적인 조직 안에 있음을 감사해야 하는 건가 싶다. 하지만 세상의 변모하는 모습을 보니 안정된 직장에 있음에도 생각은 늘 깨어 있고 개인적인 다양한 도전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의 나는 무언가를 시도하기에 정말 좋은 여건이다. 이것이 나의 인생 지향점인 ‘안정된 자유인’이 나아갈 방향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