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은행과 보험의 금융계통에만 근무하다 보니 두 업종간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차이점 같은 것을 보게 된다. 그간 느낌 위주로 정리해 보면 은행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특히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주로 인바운드 영업인데 찾아오는 고객 위주로 금융상품을 팔고 있다. 가끔 탁월한 영업력을 발휘하는 리테일 직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객에게 영업을 위한 말 건네기도 쑥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꺾기’라 하여 돈을 대출하고는 반대급부로 예금을 유치하는 식으로 영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래서 예금이나 카드 등의 목표를 보면 대부계가 가장 많은 목표물량을 배정받았다. 은행의 주된 수익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는데 예금과 대출이자의 차이인 예대마진이 주된 수익원이다. 그 후 비이자 수익이라 하여 카드, 보험, 펀드 판매 수수료 등이 부각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예대마진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문제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싶은 대기업이나 우량기업들은 재무 상태가 건전하고 이익의 내부 유보율도 높아 돈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는데 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대출에 갈증이 크지만 신용이나 재무건전성도 취약해 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대상이다. 적어도 돈을 떼일 염려가 없어야 대출도 하기 때문이다.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원들은 대출의 부실화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경우도 많아 굳이 적극적인 대출을 할 생각을 않는다. 안 그래도 월급은 나오기 때문이다. 대출의 과정이 규정에 맞으면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회수 못하는 대출금을 손실로 처리하는 상각 감사를 받는 분위기는 검사역이 대출취급 당사자를 회사에 큰 손실을 끼친 죄인 다루듯 하고 그 두터운 여신규정에 조금이라도 위배되면 취급자 변상이라는 결정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대출업무는 기피업무가 되고 업무처리에 더욱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보수적인 업무 분위기에서 적극적인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은 운전을 하며 가속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것과 비슷하다. 요즘은 대출고객을 대하는 현장 직원들의 자의적 판단을 줄이기 위해 규정도 시스템에 녹여 대출 담당 직원이 거의 오퍼레이터 수준이 된 것 같다.
이에 반해 보험의 상황은 정반대이다. 물론 이 업종에도 대출은 있지만 제2금융으로 분류되어 은행보다 이자가 높은 편이라 인기가 없다. 보험상품은 특성상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들이다. 그래서 보험사의 주된 수익원은 자산운용수익이 된다. 주로 원금 회수가 확실한 채권의 비중이 높지만 부동산과 주식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래서 보험사가 발전하면 투자회사가 된다는 말도 나온다. 고객의 돈을 10년, 20년 운용할 수 있는 업종이라 보험사는 영업에 상당히 공격적이다. 설계사가 납입기간 20년에 월 10만 원의 종신보험 상품을 영업했다 치면 영업을 한 설계사에게 많은 수당을 주는 구조이다. ‘20년*12개월*10만 원=2,400만 원’인데 고객에게 발생할 수도 있고 않을 수도 있는 보이지 않는 위험을 담보로 2,400만 원의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험사는 마케팅 교육과 영업관리가 무척 중요하다. 보험사의 핵심 업무는 영업과 자산 운용이라 해도 무방하다. 영업이 보험료를 계속 유입시키는 마르지 않는 샘의 역할이라면 자산운용은 그 돈으로 회사 수익의 대부분을 만들기 때문이다.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느끼는 생각이지만 본인의 커리어를 쌓을 때 회사에서 모두가 기피하는 일이 개인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인 경우가 많다. 영업이나 민원처리 업무는 회사 내에서는 그다지 선호하는 업무는 아니다. 그런데 그 업무는 가장 현장의 생생함이 묻어나는 업무 기도 하다. 이게 뭐냐면 언젠가 떠나게 될 회사에서 퇴사 후에도 커리어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란 뜻이다. 보험회사의 영업부문에서 퇴직한 이들은 많은 경우 대리점을 차려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기획이나 총무 등 관리부문의 일은 회사생활의 끝이 경력의 끝으로 이어지고 만다. 민원업무도 그렇다. 고객 불만을 처리하다 보면 민원 수용 사례와 불수용 사레들을 모아 자신의 노하우로 축적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의 시대는 갈수록 금융소비자보호가 강화되는 분위기여서 나중에 은퇴 후 민원대행업체를 차릴 여지도 있다. 이처럼 자신의 업무를 개인의 비즈니스에 어떤 식으로 확장시킬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업무를 대한다면 매일매일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하는 학습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의 일은 좋고 나쁨이 있다기보다는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