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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돈이 생기는 곳은?

by 장용범

누구에게나 소득은 필요하다. 하지만 가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소득을 만들어 내는 일은 수월하지가 않다. 그렇다면 관점을 좀 바꿔 돈을 쓰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최근 내가 돈을 소비한 대상처를 떠올려 보고 나는 왜 그곳에다 돈을 썼는지 역으로 생각해 보자. 그러면 돈을 버는 관점이 보일지도 모른다.


1. 손목시계를 하나 샀다.

최근 10년 정도 차고 다닌 시계가 멎었다. 비싼 시계는 아니지만 그간 시계줄도 교체하고 몇 차례 수리도 했었지만 이제는 바꾸고 싶었다. 시계는 맞게 가기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라 쿠팡에서 주문했다. 매장을 일부러 찾아가기도 귀찮고 브랜드를 익히 알고 있던 터라 별 망설임이 없었다.

<시사점>

이 과정에서 돈은 누가 벌었을까? 쿠팡이라는 플랫폼 기업, 시계 제조 및 유통업자, 택배업자, 쿠팡 사이트에 멋지게 올려 둔 이미지 제작자 등등일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시계는 꼭 필요했던가? 그것은 아니지만 있으면 편하고 좋으니 구입했다. 그런데 아는 직원에게 오늘 시계를 하나 주문했다고 하니 자신은 6억 원 한다는 시계를 찬 고객을 보았다는 얘기를 해서 좀 놀랬다.


2. 점심식사로 김치찌개를 먹었다.

코로나가 좀 해제된 덕에 구내식당을 마다하고 밖에 나가기로 했다. 멀리 가기 싫어 김치찌개로 정하고는 회사 근처 식당에 가서 라면 사리 하나를 추가해 식사를 마쳤다.

<시사점>

나는 왜 그 식당을 갔을까? 점심시간이라 무언가를 먹어야 했고 마침 칼칼한 김치찌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집이 다른 곳보다 청결하고 맛도 괜찮기 때문이다.


3. 미국에 가 있는 아이에게 돈을 부쳤다.

친구가 있는 미국으로 여행을 간 아이가 환전에 문제가 생겨 입금해 주었다.

<시사점>

자녀에게 쓰는 돈은 거의 무상증여에 준한다. 소득의 이전으로 치면 내 부모님도 나에게 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두 분이 건강하신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상황이다. 주변에는 부모의 병원비로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비는 아니지만 수시로 나가는 지출이다.


4. 퇴근길 교통비를 지출했다.

퇴근시간 저녁 약속이 있었기에 교통체증을 피해 차를 회사 주차장에다 두고 버스와 지하철로 약속 장소로 갔다.

<시사점>

걸어가기는 먼 거리니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지출에 거부감 없는 수준으로 꼭 필요한 지출이다. 이 돈은 버스회사나 지하철 공사에서 가져간다.


5. 책을 구입하고 주차비를 냈다.

교보문고 2시간 무료라고 알았는데 한동안 책 구입을 않다 보니 등급이 떨어져 1만 원 이상 책을 구입하는 조건으로 5,000원의 주차비를 내야 했다.

<시사점>

요충지에 주차공간만 있어도 돈을 벌 수 있겠다. 땅을 가진 자본가들만 할 수 있는 사업이라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좀 희박하다.


간단하지만 돈이 생기는 방법이 보인다. 별 노력 없이 돈을 버는 방법은 부모로부터 소득이전을 받거나 주차장 운영처럼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주차비를 챙기는 것이지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쿠팡 같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록 거래되는 물건을 소유하지는 않지만 온라인 상에서 장터를 마련하고 매매가 일어나면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이다. 이것은 시사점이 있다. 비록 쿠팡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무언가를 연결시켜 주는 것은 좋은 소득창출 수단이다. 식사나 이동 등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적 욕구를 대상으로 돈을 버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돈벌이는 종류가 다양하기도 하고 경쟁도 치열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 6억 한다는 시계처럼 인간의 사치를 대상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 내가 그 세계에 있지 않아 모르는 영역이지만 돈은 잘 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왠지 거부감이 생긴다. 책이나 강의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며 돈을 버는 방법도 있다. 괜찮은 방법이다. 문제는 자신의 차별화된 지식을 잘 정리해서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한 일이다.


하루 중 내가 소비한 내역을 중심으로 돈은 어디서 벌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 중 내가 끌리는 것은 연결 짓는 플랫폼과 지식의 전달 정도이지 싶다. 각자에게는 자기에게 맞는 돈 버는 방식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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