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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 애당초 내 것이 아니다

by 장용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유명 배우들은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널리 알려진 주연급의 배우들, 이를테면 전지현이나 김혜수, 장동근이나 현빈 같은 배우들도 그들의 일상이 있을 텐데 편한 츄리닝 차림에 동네 슈퍼에 가기도 하고, 재래시장의 분식 코너에 앉아 떡볶이와 순대 한 접시를 놓고 막걸리 한 잔을 할 수 있으려나 싶어서다. 그나마 영화에서의 역할이 소탈한 모습을 보이는 조연급의 얼굴들은 그런 어색함이 덜 하겠지만 이목구비 수려한 주연급의 배우들의 일상 이미지는 잘 와닿지가 않는다. 혹시 스스로 만든 심리적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리 보면 유명해진다는 게 스스로를 고립시킬 수도 있겠다 싶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끊임없이 다른 이들의 시선을 갈구하고 의식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내적인 단단함이 일반인들보다 더 필요해 보인다. 인기를 얻던 연예인이 우울증에 빠져 자살한다거나 도박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동으로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모습들은 그 이전에 이미 자신의 내적으로 무너진 경우일 것이다.


그리보면 자유로운 성향의 사람들은 유명해지지 않는 게 더 나아 보인다. 가수 아이유가 싱어게인 수상자들인 이승윤, 이무진, 정홍일과 대화를 나눈 짧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싱어게인 출연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이 인기가 어느 순간 훅하고 빠질 것 같아 무섭다고 했다. 아이유도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했는데 같은 프로그램에 두 달 전에 나왔을 때는 자신에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그 사이 노래가 인기를 얻어 하루아침에 인기를 얻다 보니 두 달 후 같은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는 센터에서 조명을 받아 무섭고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그때 찾은 해법이 인기는 내가 달라져 얻어낸 게 아니라 운과 타이밍이 맞아 얻게 된 덤이라는 생각을 하니 무서움이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원래 갖고 태어난 게 아니기에 어느 날 떠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이 가수는 내면이 참 단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사람은 웬만한 시련에도 스스로를 지켜내는 힘을 갖추고 있다. 마치 등대와 같은 사람이다. 파도는 언제나 왔다 간다. 때로는 폭풍우가 칠 때도 있고 잔잔한 달빛을 비출 때도 있다. 그럼에도 한결 같이 제 자리를 지키고 불빛을 비춰주는 등대는 안정감을 준다.


어디 인기만 그러할까. 사회적 직위, 돈, 명예 등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추구하는 이런 대상들도 그것이 갑자기 왔다면 이것들이 떠나갈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러기에 그것들에 더욱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유처럼 나는 달라진 게 없는데 운과 타이밍이 맞아 그리되었다는 마음이면 설령 그것들이 어느 날 사라진다 해도 나는 그대로 남았을 것이니 절망감은 덜 할 것이다. 애당초 내 것이 아니었다는 마음은 겸손한 것 같지만 사실을 직시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문제는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이 잘 나서 인기를 얻었다는 착각을 하고 있어 대중의 외면을 받을 때는 스스로 못남을 인정해야 하니 괴로운 것이다. 지금 나에게 애당초 내 것이었던 게 과연 뭐가 있을까? 몸뚱이 하나 정도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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