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 인생 참 별거 없다

by 장용범

오랜만에 시험이란 걸 치렀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에 다른 학과의 ‘콘텐츠 마케팅’ 수업을 선택했는데 기말 시험 준비로 3일 연휴에 하루 더 휴가를 내어 몰아치기 공부를 하였다. 보통 대학원 수업은 과제로 시험을 대체하는데 이 과목은 시험이라는 관문을 하나 더 거쳐야 했다. 덕분에 그간 배웠던 것의 정리는 한 셈이니 나쁠 것은 없었다. 이런 시험은 준비에 좀 수월한 면이 있다. 통과를 위한 시험이기에 출제될 것이 대강 정해져 있다. 실제로 크게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무난하게 치른 것 같다. 50대를 넘어가면서 내가 누군가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험은 더 이상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그것도 무산되어 버렸다.


시험을 치르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서인지 아내에게 치맥이나 한 잔 하자고 이끌었다. 배달을 시킬 수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집 근처 전문대학이 있어 상권이 제법 활성화된 곳으로 갔다. 젊은 층이 자주 오는 곳이라 사장님도 젊고 음악도 신나는 호프집이었다. 생각해 보니 코로나 통제가 풀리면서 아내와 처음으로 밖에서 맥주를 한 잔 하는 것 같다. 배달음식이 편하긴 하지만 이런 흥겨운 분위기는 느낄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한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는 내가 은퇴에 대해 크게 불안한 기색이 없는 것 같아 자신도 편안하다고 했다. 친구들로부터 남편 은퇴한다고 이런저런 질문을 받는가 보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은퇴하고 이것저것 놀 궁리만 하고 있으니 어쩌면 철없는 중년부부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는 나의 성향 못지않게 아내가 80-90대인 양가 부모님들을 보며 느끼는 바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아내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지방에 내려가 요양 병원에 계신 장모님을 뵙고 오는데 인생 참 별것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인생 참 별 것 없다.” 어른들로부터 많이 듣던 말이다. 가끔 부산 본가에 내려가면 부모님과 대화 중에 부모님의 지인들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이미 돌아가셨거나 요양병원에 계신 경우가 많았다. 내 부모님처럼 부부가 함께 독립된 집에서 건강하게 살고 계신 경우는 드물었다. ‘평생 동안 열심히 벌어 노후자금이라고 마련했지만 늙고 병들어 의사에게 다 갖다 준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좁을 때면 바늘구멍보다 더 작아지지만 커지면 우주를 품고도 남는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다. 인생 참 별거 없다. 그러니 남아있는 기간이라도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일이다. 그리고 행복감은 사람마다 다른 주관적인 자기 느낌이니 남이 이러쿵저러쿵 할 게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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