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2. 중년의 글쓰기를 권함

by 장용범

사람이 늘 품고 있는 생각이 있다면 그것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서대문 문인협회에 가입한 것은 나의 자발적 의지였다. 매일 새벽 글을 쓰다 보니 점점 글쓰기 작업에 매료되었고 은퇴를 앞둔 나에게 이만한 일도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중년에게 글쓰기가 좋은 이유는 참 많은 것 같다.


첫째,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글쓰기에 드는 돈이 얼마나 되겠는가. 기껏 종이와 펜 한 자루 아니면 노트북 정도이다. 요즘은 스마트 폰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 나의 경우엔 2만 원도 안 되는 블루투스 키보드를 구입해 글을 쓰고 있다. 은퇴자에게는 아무리 좋아하는 취미라도 일단 돈이 든다면 움츠려 들게 마련이다. 이리 보면 글쓰기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고급 취미이다. 그래도 책을 출간하려면 돈이 들지 않냐고 하겠지만 그것도 POD 방식으로 하게 되면 무료 출판도 가능하다. 이 시대는 글쓰기에 필요한 자원들이 거의 무제한 제공되는 풍요의 시대이다. 한 발 더 나아가자면 심지어 내 글을 구글 번역기로 번역해 영어로 아마존에 출간해도 돈이 안 드는 세상이다.


둘째, 세상을 늘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매일 글쓰기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어떤 글을 쓸지 계속 글감을 찾아야 한다. 이런 행복한 부담감은 하루 중 일어나는 일들을 세심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게 한다. 이건 무척 흥미롭고도 재미난 일이다. 그러다 글감이 부족하다 여겨지면 책을 찾게 된다. 자연스레 작가는 책을 읽는 사람이기도 하다. 은퇴 후에도 무료할 틈이 없는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셋째,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게 된다.

직업적으로 보면 은퇴자들에게 뭐 그리 좋은 일들이 있을까 싶다. 교장 선생으로 퇴직해도 아파트 경비를 한다는데 이전의 직업 포지션과 비교하면 일단 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글쓰기를 한다면 그의 직업은 작가가 된다. 우리 사회에서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신문 기고에서부터 글쓰기 강의, 자신의 창작 활동과 책 출간하기. 노래 작사에서부터 시나리오 대본 쓰기까지 인간사 돌아가는데 글이 관여 않는 게 없기 때문이다. 지금껏 우리가 기억하는 위인들은 어떤 형태로든 작가인 경우가 많았다. 사람의 생각은 말과 글을 통해 세상에 드러난다.


넷째, 콘텐츠는 미래산업이고 텍스트는 기본이다.

앞으로는 로봇과 AI가 더욱 보편화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럼 인간은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인가? 나는 콘텐츠에 직업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 콘텐츠는 종류가 아주 많다. 출판, 영화, 방송, 게임, 음악, 만화, 웹툰 등 사람들이 매일 접하는 것이 콘텐츠이다. 여기에 글은 모든 콘텐츠의 기본이다. 미래의 직업으로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서대문 문인협회의 회장님이 바뀌셨다. 상당히 특이한 이력을 지닌 분인데 70-80년대 엘리트들이 간다는 무역상사에 입사했다가 IMF로 회사가 문을 닫게 되자 시멘트 회사로 재입사했다. 그 후 공장장, 비서실장, 임원으로 화려한 직장생활을 마무리 짓고 은퇴하셨다. 그분에게는 늘 글에 대한 갈증이 있었나 보다. 그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시집을 낸 걸 보면 그 갈증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글을 쓰겠다는 인생의 방향성은 은퇴가 오히려 기회가 되었다. 회장님은 출근을 않고 글을 쓰는 지금의 환경이 너무도 좋다고 하신다. 자신의 꿈 중 많은 것을 이루셨다기에 대체 어떤 꿈이었냐고 여쭈어 보았다. 경제적 안정, 바닷가에 사는 것, 시인이 되는 것, 통일된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라기에 좀 이상했다. 통일된 대한민국은 그렇다 치고 회장님은 지금 서울에 사시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한 달에 3주 정도는 속초의 바닷가에 마련한 집으로 내려가 파도소리 들으며 글을 쓰며 보낸다고 하셨다. 이건 내가 원하는 은퇴 후 모습이라 부러움이 컸다. 지금의 생각으로는 바닷가 부동산 소유는 부담스러우니 강릉 3개월 살기 정도로 시도할 까 하는데 이미 그런 꿈을 이루며 살고 계신 분이 가까이 있었다. 회장님의 미소가 넉넉해 보인 이유가 그런 이유였나 보다. 어쩌면 나도 회장님과 비슷한 궤적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다만 글의 분야는 현실 참여 쪽인 언론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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