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3. 가벼운 마음으로

by 장용범

대학원 마지막 학기의 마지막 과제를 제출하였다. 이로써 지난 2년 6개월간 이어진 대학원 과정이 모두 끝난 셈이다. 그간 여기까지 잘 왔다고 나에게 토닥여 주자. 첫 학기를 코로나와 함께 시작했는데 코로나가 끝날 무렵 전 과정이 마무리된 것이다. 학과 수업만 따라갔다면 자칫 무료하고 지칠 법도 했지만 글쓰기 동아리를 결성한 덕에 중간중간 원우들을 만나 소통하고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배움으로 맺어진 인연이고 매일 올린 글들로 만난 사이여서 소중함이 더한 인연들이다. 감사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가의 고민이 될 법도 했는데 글을 쓴다는 방향성은 세웠기 때문이다.


세상 일이 그런 것 같다. 의도를 하든 않든 어떤 계기가 생기고, 그 계기를 통해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예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 은퇴를 앞두고 내가 글 쓰는 것에 흥미를 가지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알 수 없는 게 사람 일이다. 지난 3년을 다시 한번 복기해 본다. ‘영어책 한 권 읽어 봤니’의 저자 김민식 PD의 강연을 듣던 중 “여러분, 세상에서 가장 하기 쉬운 직업이 작가입니다.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면 됩니다”는 말에 ‘그거 말 되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글은 누군가에게 읽혀야 계속 쓰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이게 제일 큰 어려움이었다. 나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한 번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글을 계속 받아 줄 독자를 찾는 일은 쉽지가 않다. 가족이 있지만 아무래도 지속적으로 글을 보내는 압박감은 떨어지기에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것도 처음에는 글에 대한 비평보다는 그저 격려를 받을 수 있는 우호적인 사람이 좋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그런 분들이 계셨다. 내가 글을 쓰는데 기꺼이 글을 읽어주겠다는 분들이 계셨고, 그분들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매일 글을 쓰게 되었다. 독자가 없는 글은 그저 개인의 일기에 불과하기에 작가 되기를 꿈꾼다면 반드시 독자는 필요한 것이다.


어느덧 3년 정도 매일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선호하는 글의 성향도 파악이 된다. 아무래도 순수 문학보다는 칼럼이나 평론이 맞는 것 같다. 이는 30년 넘는 직장생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조직관리를 하며 늘 목표와 효율을 추구했던 이력은 글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번에 인터넷 신문사를 만들면서 점점 몰입되어 가는 자신을 보며 더욱 확실하게 느꼈다. 학기 중 콘텐츠 관련 일을 하는 많은 분들을 만나다 보니 이쪽 분야에도 꽤 흥미로운 기회들이 널려 있음을 보게 되었는데 이 또한 수확이었다.


과제 제출을 마치고 오랜만에 한강 라이딩을 나갔다. 시간을 보니 일몰까지 한 시간 남짓이다. 잘하면 마포대교에서 한강변 일몰을 볼 수도 있을 시간이다. 자전거를 타고 홍제천을 따라 한강으로 간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저녁 무렵 선선한 바람을 맞으러 나온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주변 광경을 눈에 담으며 나아갔다. 마침내 탁 트인 한강변이다. “지나 갈게요!” 나의 느린 자전거 속도에 날렵한 자전거들이 추월을 한다. 그들처럼 빠른 속도로 추월하며 나아가는 것이 지금껏 추구했던 삶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른 마음이다. 이제는 천천히 주변의 풍경을 보면서 느끼며 살아가는 삶을 살아야겠다. 지난 대학원 생활은 나에게 과정을 챙기며 천천히 살아도 괜찮다는 것을 일깨워준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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